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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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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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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 전 주미대사

세계가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 평양정권엔 생존이 걸린 문제 / 외부세계가 해결하기엔 한계 / 해결보다 관리정책으로 가야

   
 

우리는 지난 2년간 북한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 준 것밖에 없다.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군사분야 합의서 등을 통해 북한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했다. 판문점선언에서 남북관계의 비전을 제시하고, 평양선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군사분야 합의서에서는 남북 간의 적대적인 행위를 일체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나아가 정부는 북한 영변의 핵 동결로 안보리 경제제재 해소가 가능하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고 다른 나라에 경제제재 해소를 요청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격렬한 메시지와 언어로 우리를 비판하며 공격하고 있다. 북한 표현에 의하면 우리는 ‘선언이나 합의서를 만지작거리며 뒤로 최신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배신자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한을 일체의 대화상대로 취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정부는 때를 기다리며 북한의 비난이나 공세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자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른바 북·미 회담이 잘되면 남북관계도 잘 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미 회담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비핵화와 경제제재 사이의 충돌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할 수 없고,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제재해소를 해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머지않아 열릴 예정인 북·미 핵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고, 잘되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한할 수 있다고 한다. 희망일 뿐이다.

외교는 여러 나라의 이해가 얽힌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국익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철저한 가능성의 게임이다. 외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다. 희망 속에서 찾고 있는 남북관계는 이제 나갈 길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읽으면 길이 보인다. 북한의 본질은 무엇인가. 평양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생존이다. 핵과 경제 사이에서 핵을 포기하고, 개방 개혁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우리가 햇볕 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게 약속하고 있는 것도 이것이다. 사실 북한에게는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이 개방 개혁을 하면 20년 안에 한국이나 중국처럼 놀라운 경제발전으로 나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나아가기는 어렵다. 평양정권의 생존문제가 개방 개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 개혁을 하면 평양정권은 살아남지 못한다. 이것이 북한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국민의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고, 항공노선도 없다. 교류와 협력을 원하는 남북관계가 바로 여기에 막혀 있다. 우리의 햇볕 정책은 북한의 통제체제 때문에 안 풀리고 있다. 햇볕정책에 의하면 남북관계도 중국·대만 관계나 한·중관계처럼 시작돼야 한다.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과 대만 간에는 주 900편의 정기항공편이 있고, 매년 1000만명 정도가 왕래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20여년 만에 주 850편의 항공편이 개설됐고, 매년 약 1000만명이 오가고 있다. 통제체제하에 있는 북한은 구소련과 유사하다. 핵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경제가 문제다. 소련은 막강한 핵능력에도 결국 경제개발을 위해 개방 개혁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소련 정권은 소멸하고 러시아가 새로 태어났다.

우리는 북한과 평화를 원하고 공존을 원한다. 대화와 접촉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으로 평양의 통제체제를 바꿀 수는 없다. 통제로 유지되는 평양은 딜레마의 게임을 펴고 있다. ‘국가의 핵무력’은 이미 완성됐으니 이제 경제를 풀자는 것이다. 핵과 경제를 모두 추구하는 북한의 생존의 딜레마는 외부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평양정권만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외교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막연한 희망에 미래를 걸고 북한의 딜레마를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계속될 수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핵과 경제 사이에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잘 살펴보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해결’이 아니라 ‘관리’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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