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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탄핵 정국’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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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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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 고문

   
 

두 주 전만 해도 물 건너 간 듯 했던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갑자기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워싱턴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탄핵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몇 달 민주당 내에서 계속된 탄핵 촉구를 신중론으로 완강하게 막아 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4일 ‘마침내’ 트럼프의 대통령 외교권한 남용의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를 발표했다. 탄핵과 거리를 두어온 경합주의 온건파 의원들도 태도를 바꾸면서 이번 주 들어 지지대열 합류 의원들이 대폭 늘어났다. 무엇이 기류를 바꾼 것일까.

시작은 지난 13일 애덤 시프 하원정보위원장이 ‘빅 뉴스’를 터트리면서였다고 복스는 전한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정보기관 감찰관에게 고발장을 접수했고, 고발장은 연방법에 따라 의회에 제출되어야 하는데 행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고 감찰관이 알려온 것이다. 감찰관이 ‘시급한 사안’으로 결론지은 고발 내용 제출을 막는 행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는 것인가”라고 시프는 물었다.

미디어들의 열띤 취재와 관계자들의 유출로 고발 내용 줄거리는 일주일이 채 안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지난 7월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 조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에 재직한 아들 헌터를 위해 부당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주장부터 그 통화 1주일 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달러 규모의 미 군사원조 보류를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속속 드러났다.

트럼프 자신도 통화에서의 바이든 조사 관련 언급과 원조보류 지시 등을 시인했다. “미 공직자는 절대로 외국정부가 미 선거에 개입하도록 허용하거나 부추겨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을 대통령이 고의로 어긴 것이다.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의원들이 탄핵의 기치 아래 단합하면서 갑작스럽게 몰아친 탄핵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안개 속에 갇힌 듯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이지만 몇 가지 관전포인트가 있기는 하다.

첫째는 여론의 향방이다. 트럼프는 인기 대통령이 아니다. 지지율 50%를 넘은 적이 없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서도 여론의 과반수는 트럼프가 수사를 방해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트럼프 탄핵엔 반대가 절대적이다.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평균 38% 선에 머물러 더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일반인의 탄핵에 대한 문턱이 높은 때문이기도 하고, 너무 복합적인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정확히 모른 때문이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민주당은 이번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피로감’이 쌓이기 전에 빠르게 진행되어 늦어도 연말 전에 탄핵소추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베팅시장에서도 탄핵 가능성은 이제 50% 확률을 보이고 있다고 정치통계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전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의혹’은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다. 러시아 스캔들에서의 사법방해처럼 법 적용이 복잡한 케이스가 아니다. “대통령이 외국정상에게 원조를 빌미로 자신의 정적을 흠집 내도록 압박했다”는 누구나 한 번에 알아듣고 잘 잘못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단순한 내용이다.

조사 외압 ‘의혹’은 25일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시시비비가 명확해 보이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민주당의 단합을 가져왔듯이 여론, 특히 무당파 유권자들의 탄핵관련 의견도 바꿀지는 미지수다.

여론의 추이에 따라 두 번째 관전포인트, 민주당이 우려하는 역풍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이것 역시 과거의 선례조차 별 도움이 안 되는 예측불허다. 1974년 공화당 대통령 리처드 닉슨 탄핵 추진 후의 선거에선 민주당이 승리했고,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을 공화당 하원이 탄핵시킨 후인 1998년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참패했다.

펠로시의 탄핵조사 발표가 끝나자 “마녀사냥 쓰레기” 트윗으로 응수한 트럼프는 탄핵절차가 시작되면 “선거에서 내가 유리할 거라고 모두 말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어도 공화당 상원에서 부결되어 퇴출당할 염려는 없다는 걸 아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트럼프 스스로가 탄핵되기 원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오래 전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탄핵 반대 여론이 탄핵당한 자신 편에 서주면 지지도가 현 상황보다 나아질 것이고, 탄핵투쟁은 공화당을 장악하는데 효과적이기도 하며, 법적처벌이 가해지는 특검수사와는 달리 정치싸움인 의회탄핵조사는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탄핵을 초래할 자신의 ‘무법 행위’에 그는 놀랄 만큼 무신경해 보인다. 그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문제의 전화를 하기 하루 전,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증언했다. 트럼프도 지켜봤을 그 청문회에서 뮬러는 “선거 중 외국의 도움을 알고 받는 것은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에 즉각 “그건 범죄”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 날, 전화로 ‘외국정부에게 미 대선에 개입하도록 압박한’ 대통령은 지금도 “별 것 아닌 통화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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