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이 부여된 후 강화된 재외동포의 위상이 각 정당의 재외동포정책을 바꾸고 있다. 어느 때보다 높아진 재외동포들의 이 같은 위상은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각 정당이 교포에 대한 관심과 정책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50여만 명에 달하는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됨에 따라 2012년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선거참여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경우가 많아 재외국민의 투표 향방이 2012년 대선에서 주요한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중앙위원회 산하 해외동포분과위원회(위원장 이용태)가 지난 1월 미주본부를 결성하여 출범했지만 미국의 현행법에 걸려 ‘US한나라포럼’으로 변경하였다. 민주당도 해외에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해외지부 설립을 확대하고 있다.

‘2009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전례없이 참석한 이유도 재외국민 표심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인회장대회 2일째인 지난 6월 24일 ‘정당별 재외동포 정책포럼’에서는 각 정당의 표를 의식한 ‘재외국민’ 관련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을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지역구 선거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이 안이 현실화 될 경우 미국, 일본, 중국 등 각 구역별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또한 재외국민의 선거 참여는 재외동포전담기구의 조기 설립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각 당은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총괄할 재외동포청(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교포관련 단체나 학자, 교포들에 의해 논의되고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던 재외동포전담기구 설립에 대해 정치권의 적극적인 논의가 시작된 느낌이다.

그러나 재외동포전담기구의 설립방안에 있어서는 각 정당의 입장이 달라 보인다. 한나라당은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민주당은 국무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처’, 자유선진당은 외교부 산하 ‘해외교민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사)해외교포문제연구소는 1973년 12월 1일 당시 박정희 정부에게 국무총리실 소속의 ‘교민처’(또는 외교부 교민청) 설치를 제안한바 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1998년 2월 25일 ‘교포정책포럼’을 통해 갓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재외동포문화진흥법’(가칭)의 제정과 국무총리 소속의 교민행정 전담부서인 ‘교민처’(또는 외교부 교민청) 설치를 건의하였다.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의 제안뿐만 아니라 전담기구에 대한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각 정당이 얼마나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외동포전담기구가 외교부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형태로 그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학계와 단체, 재외동포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이게 될 지 외교부의 속성을 아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왕 재점화된 재외동포전담기구 설립에 대한 논의가 재외동포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향상과 민족자산화에 일조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도균 기자 tebba@ok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