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 / 연세대 특임교수·前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중국은 이달부터 75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 5078개에 5% 또는 10%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1120억달러어치에 대해 15% 관세를 매긴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또한 중국 정부는 12월 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각각 25%와 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지만 일부 품목은 심사를 거쳐 관세 부과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휴대전화, 노트북, PC 모니터 등 일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12월 15일로 연기한 것과 유사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을 세 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장에 나오도록 몰아붙였지만 이달로 예정됐던 고위급 협상은 10월 초로 연기됐고 개최되더라도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난달 참모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미·중 간 견해차가 더 커졌다. 미국은 관세 인상 충격을 줄이려고 중국 정부가 개입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달러당 7위안 위로 올리는 `포치(破七)`가 시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대만에 최신형 F-16 전투기 판매 계획을 발표한 이후 홍콩 사태를 미·중 무역 협상과도 연계하겠다고 밝혀 중국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은 `제조 2025`와 같은 내부 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가 잘못이고, 중국이 오판을 했다는 등 자성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추가 확전을 피해왔는데, 점차 중국 내부에서 강경론이 대두하고 있다. 이제 미국도 공격할 카드가 줄어 고민이 깊다는 점을 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중국을 스페셜 301조에 의한 지식재산권 우선 협상 국가로 지정하거나,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국가 안보 관련 특정 품목 추가 조사 등을 할 수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장·단기 국채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번주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은 경기 침체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애써 강변하고 있지만 급여세와 자본소득세 감세를 검토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4%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트럼프의 통상정책 지지자는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최대 업적인 경제가 나빠지면서 내년 대통령 재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참모들을 방송에 출동시켜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심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중국 경제도 어렵다. 대미 흑자가 크게 감소하고, 2분기 경제성장률이 6.2%로 낮아졌다. 아직도 많은 중국인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핵심 이익을 존중하며 상생하는 `신형 대국 관계`를 꿈꾸고 있다. 그렇지만 2017년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영구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으로서는 재선이 불투명한 트럼프와 협상을 타결할 이유가 없다. 내년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므로,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현재의 대치 국면은 계속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일본과도 싸워야 하는 우리로서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G0(제로) 시대에 무역전쟁 장기화와 수출 환경 악화에 대비한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