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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식의 소통, 새로운 젠더 질서를 향하여
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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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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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선 / 연변대학 사회학과 부교수

   
 

필자는 얼마 전에 《연변녀성》잡지에서 <왕자는 죽었다>라는 문장을 보았다. 문장의 저자는 연변에서 갓 교원사업을 시작한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오기까지 9년 동안 연변을 떠나있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집을 떠나 대학교에서 8명의 학우들과 한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면서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은 대부분 집에서 아버지가 밥을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이었다. 연변 조선족가정에서 성장한 그녀는 어머니가 일터에서 총책임자로 계셨고 월급도 아버지보다 높았지만 집 공간에서 어머니가 가사노동을 맡아서 해온 것을 보아왔고 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교 생활, 유학생활을 통해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생활방식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녀가 받은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은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외사촌 남동생이 가문에서 장남이자 장손이고 가정도 부유해서 어려서부터 ‘왕자님’으로 떠받들려 자랐지만 결혼 후에는 주방에 들어가 밥도 하고 걸레질도 한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양반은 한물갔고 왕자는 죽었다”는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렇듯 조선족 여성들이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연변을 벗어나 지구/지역간 이동을 경험하면서 여성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는 《연변녀성》잡지에서도 잘 보여지고 있다. 첫째, 여성이 글쓰기의 주체가 되여 있고 글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강화하면서 가부장적 질서의 변화,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느끼는 가족과 성역할의 변화에 대하여 많이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조선족 여성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생활과 경제생활을 어떻게 재조직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셋째, 고령화시대에 조선족 노인여성들의 돌봄 자원이 어떠한지, 복지는 어떤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선족 여성들은 지구/지역화 시대에 유학이나 취업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새롭게 구성해 가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나는 가치가 있고 존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라는 바탕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이미 조선족 여성들의 생활방식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주체성의 구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조선족 여성들은 가족 외에 일반적으로 동창생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있으며, 작은 범위의 독서회나 심지어 정규적인 여성단체에도 참가하여 사회적 인맥을 쌓아가면서 보다 나은 나(주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연변녀성》잡지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여성 주체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변녀성》잡지사와 ‘전국애심여성포럼’ 문교위원회에서 5회째 합작한 “애심여성컵” 생활수기 응모를 통해 우수한 여성작품이 게재되고 있다. 또한 BEIK스튜디오와 협력하여 제1회 《연변녀성》컵 “핫맘&베이비모델쇼”를 통해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사회단체인 연변여성평생교육협회, 연변조선족여성발전촉진회, 연변지체장애인협회, 연변과학기술대학AMP총동문회애심협회, 연길경영인함께독서회 등등의 채색 활동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그리하여 ‘하면 된다’를 실천하는 조직, ‘전승, 융합, 개척, 기여’, ‘서로의 배려, 단합과 번영’이라는 주제, ‘나눔을 꾸준히 이어가는 조직’. ‘나눔과 배움을 실천하는’ 독서회 등의 현대적인 사회단체들의 활동 주제들을 전달하고 있다.

“남성은 사회를 중심으로 하고 여성은 가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 관념이 존재하고 있고,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가고 있으나 여성의 취업상의 취약성으로 인해 여성과 남성의 소득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 그리고 시장화시대의 교육정책 하에서 개인 가정의 전략이 엄마들의 역할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조선족 여성들은 자신이 처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를 알아가고 있고 새로운 젠더 평등 사회구조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와 제도적 기회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다 평등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여 제도화하려면 여성 개인과 단체의 연대가 소요된다. 《연변녀성》잡지는 조선족 여성 개인과 단체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통로로서 역할을 해왔다. 연변 지역 사회의 새로운 젠더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해 앞으로 정부, 대학, 사회단체, 개인 등 다양한 입장을 가진 주체들이 연대하여 성평등의 한결 같은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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