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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善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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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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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 논설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다. 사모펀드 75억원 투자 약정 등 그의 신출귀몰한 재테크는 단돈 몇 푼에 가슴 졸이는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그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성적 미달로 두 번 유급당하고서도 6학기 동안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아낸 사실은 보통 학생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그 딸의 고등학생 시절 논문 참여와 대학 진학에 얽힌 신화는 땀 흘리는 청년들을 화나게 만든다.

이런 일들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에서 벌어질 일인지 수많은 국민이 묻고 또 묻는다. 청와대와 여당의 생각은 많이 다른가 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이나 대학 입학에 특혜와 부정은 없었다"며 그를 옹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조 후보자를 비난하는 것은 곧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는 `마음의 요새`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길에 자주 따라다녔던 어느 경제인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비교해준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행 중인 경제인과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이동하면서 함께 걸어갈 때에도 "이쪽으로 가시지요" 정도의 말만 오갔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별로 듣는 것 같지는 않는데 나중에 보면 대화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책에도 곧잘 반영해서 놀랐다고 한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그의 생각이나 정책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어서 또 한 번 놀랐다고 하는 경험담이었다.

문 대통령 스타일을 놓고 `외유내강`이라고도 하고 `고집불통`이라고도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임기 5년의 반환점에 다가서면서 문 대통령이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에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철회했다. 서울 광화문 주변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어놓고 출퇴근하려 했으나 경호 등 현실적 한계로 공약을 접은 것이다. 이달 초에는 여름휴가를 포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13일 만에 보란 듯 휴가를 떠났을 정도로 `쉼표 있는 삶` 공약을 솔선수범해서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와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현안들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접었던 것이다.

세상일이 어찌 뜻대로 굴러가기만 하겠는가. 이상과 꿈은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서 마모되고 다듬어져야 정상이다. 어떤 때는 예산 부족으로 뒤로 미루기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빠듯한 일정 탓에 일부 절차를 생략하기도 해야 한다. 어느 집단이 강력하게 반발하면 아예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일이다.

일본을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사실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강제징용, 위안부와 같은 과거사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그 대신 "도쿄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이달 초까지 결의를 다지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공멸로 향하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명분보다 실리, 감정보다 이성을 찾는 자세로 환영할 만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생각·태도 변화도 중요하고 정책 조정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다.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어느 시대에서나 1명이 영광과 진리를 독점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오직 이 사람만이 적임자`라는 생각은 아집이요 독선일 뿐이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해버린 고위공직자가 문재인 정부 들어 16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때의 10명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현실적 한계가 가로막거나 국민이 고개를 가로젓는다면 정책이든 인물이든 차선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차선이 더 큰 박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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