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현 / 주 요코하마 전 총영사


필자는 2009년 3월 6일 일본 교토시(京都市)에 있는‘단바(丹波)망간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의 이용식(李龍植)관장의 안내를 받아 단바로 향하였다. 기념관은 일반 도로에서 벗어나 어석한 산속에 위치하여 겨울에는 쌓인 눈 때문에 통행이 어렵다고 하며 이런 이유로 매년 3월 15일까지 동기휴관이라 한다. 그럼에도 필자의 교토체류 일정을 배려해 이 관장의 특별 주선으로 이날 기념관을 가볼 수 있었다.

단바 분지에는 메이치(明治)시대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망간 광산이 쇼와(昭和) 중기에는 무려 300여광구로 확대되었고, 망간생산에 열을 올린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용기로 쓰는 일반적인 철에는 망간성분이 불과 3~8%인데 비하여 전쟁무기로 쓰는 포신 등에는 무려 25~35%를 섞지 않으면 예컨대 대포를 쏠 때 포신이 녹아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물질을 대량 채굴하기위해서는 수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을 징용으로 강제동원 투입하게 되었다.
강제동원에는 조선에서 특히 시골 농촌에서 집단적으로 징용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졌고, 단파망간지역으로 연행된 인력 중에는 특히 진주시 대곡면(大谷面)출신이 많았다고 한다. 한편 이 기념관의 창건자인 故 이정호(李貞鎬) 초대관장이 남긴 증언에 따르면, 단바광산에 투입된 노동력은 비단 조선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 이미 진출했던 조선인도 강제로 연행하여 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강제동원 사실을 은폐, 축소하기위해 이들을 품팔이 노동자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들 대부분이 일본육군의 명령으로 소집 통고를 받았으며, 만일 기피한다면 일본 헌병에게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받기 때문에 소집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기념관 견학 코스와 갱도(坑道)

기념관을 크게 2구역으로 나누면, 갱내(坑內)시설과 갱외 자료관으로 구분된다. 갱외 자료관은 실내 전시관, 그리고 옥외전시공간이 있고, 다음으로 광산 갱내의 작업 공간으로 이어진다. 실내 자료관과 옥외전시공간은 한마디로 보잘 것 없었다. 가건물처럼 지은 허술한 전시관은 불과 4~50평 남짓한 곳에 망간원석 조각과 옛적 광산에서 쓰던 도구 몇 점, 그리고 사방의 벽에는 과거 이 광산에서 일하던 몇 사람의 사진과 이들이 망간 성분의 오염으로 직업병에 걸려 사망하였다는 기록, 그리고 일본인이 조선인을 차별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들을 확대 복사하여 사방 벽의 군데군데를 매워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앞마당에는 당시 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는 숙식공간을 재현한 움막과 소달구지로 망간광석을 운반하는 조형물을 볼 수 있었고, 그 옆 구석에는 갱내에서 사용하던 녹슨 굴착기들이 우거진 잡초 속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져 있었다.

산비탈을 약간 올라가면 망간광석을 채취했던 갱도를 따라 들어 가볼 수 있도록 견학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기념관 건축 당시부터 이 갱내 견학코스를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하였다고 한다. 원래 이곳 망간 채취 갱도는 너구리 파기 즉 일본어로 ‘다누키호리’ 갱구(狸掘坑口)로 되어 있다. 갱도는 사람의 키 높이보다 훨씬 낮은 1척탄(一尺炭=두께 30센티의 탄층)의 좁은 구멍이다. 노동자들은 간신히 이 갱도로 기어들어가서 맨 안쪽 채굴자가 판 광석을 발끝으로 뒷사람에게 조금씩 밀어내 주면, 다음사람이 삽으로 나무상자에 옮겨 싣고 갱 밖으로 끌어낸다고 한다.

갱내로 들어서자 어둠이 앞을 가리고 천정에서는 누수가 빗방울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군데군데 마네킹 조형물과 안내 설명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는 지하로 내려가는 수직 사다리도 보였다. 사다리의 길이는 약 3미터 정도였고 그 밑창에는 지하수가 고여 춥고 캄캄하여 음산한 분위기였다.
‘다누키호리’ 갱구의 군데군데에는 또한 ‘스카시’호리라하여, 망간광석이 어느 탄층에서 채굴되다가 그 탄층의 아래 탄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채광할 경우에 탄층과 탄층사이에 채굴하기 전날에 ‘포즈’라는 소나무받침대로 기둥처럼 떠받쳐 세워 위쪽 탄층을 고이고 다음날 작업을 강행한다. 이때의 위험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서 그야말로 목숨 건 채굴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하 약 300미터 길이에 달하는 갱내 견학코스에는 이상에서 설명한 위험한 채굴장면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을 하나하나 조형물로 재현시킨 노동자들의 모습과 실제 사용했던 채굴 및 운반 기구들이 희미한 조명 장치에 실감 있게 진열되어 있었다. 견학코스 출구를 나오면, 당시 이 광산에 딸렸던 대장간이 있는데 여기서 망간채굴에 필요한 웬만한 도구는 자체제작으로 조달하였다고 한다. 대장간 역시 생산비 절감에 일익이 되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일본에 강제동원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보수조차 한푼도 받지 못하고 중노동으로 시달렸으며, 작업현장에서 사고나 과로로 죽은 사람, 다친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관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설명을 계속했다. 일본에 징용으로 동원된 이 곳 광산노동자들은 높이 60센티, 너비 30센티 정도의 작은 구멍 속에 들어가서 거의 누워서 만강을 파냈고, 그 것을 또다시 60킬로그램씩 담은 들것으로 좁은 갱도를 통해 밖으로 옮겨야만했던 것이다. 이어 갱도 밖으로 보내온 망간은 한사람이 지게 같은 것으로 300킬로그램씩 짊어지고 5시간이 걸리는 먼 곳으로 운반했다고 한다. 광석의 채굴과 운반과정에서 죽거나, 병에 걸린 사람은 부지기수였다. 깊은 갱내 작업도중 탄층이 무너져 죽거나 다친 경우도 있지만, 채굴현장에서는 광석가루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또는 현장을 떠난 먼 훗날에 진폐(塵肺)라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또한 갱외 작업에서도 무거운 하역으로 어깨가 벗겨지거나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서 앉거나 서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단바망간기념관의 건립 배경과 폐관 위기

▲ '단바망간기념관' 이용식 관장

단바망간기념관은 불만과 차별대우를 받으며 일본에서 살아온 한 재일동포의 개인적 집념으로 자기자산을 투입하여 일구어 낸 역작이라 하겠다. 즉 재일동포 제2세였던 이정호(당시 33세)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일찍 소년기에 부친이 세상을 떠나고 모친은 해방직후 귀국하여 백부 밑에서 살아왔다. 1965년경 백부를 따라 단바망간광산으로 이주하여 전전긍긍하면서 40년간이나 광부로 일을 하였다. 백부는 이곳 망간광산을 다른 회사로부터 인수받아 경영하였던 것이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 난지 15년이 되던 해였다. 그런데 이정호씨의 백부가 광산을 인수한지 채 10년도 못가서 외국으로부터 망간의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 조치로 인해 일본국내의 망간광산은 수입망간에게 시장을 잃게 되어 모두 폐광되고 말았다. 망간생산은 약 90년간 일본의 기간산업으로 육성되어 왔으나 수입자유화로 인해 채광이 중단되고 만 것이다.

이정호씨는 그 기간에 백부를 여의고 또한 광산에서 일하는 동안 먼지에 오염되어 진패라는 직업병에 걸렸다. 그는 한때 폐광에 따라 그 곳에 버섯 재배지를 조성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과거 강제동원으로 이곳 탕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자신과 같이 집단 진패증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하 조선인 강제동원의 진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현장에 기념관을 세우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초대관장 이정호씨는 이런 취지로 단바망간광산의 역사를 공적으로 계승해나가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가 관할 행정기관인 교토시 게이호쿠쵸(京都市 京北町)에 출두하여 망간광산의 유적을 보존하여 역사를 올바로 전달해나가기 위해 공공재원으로 박물관을 설립하자고 제안하였지만, 쵸(町)당국은 이를 거절하였다. 쵸(町)가 선택하고자한 프로젝트는 망간광산박물관의 건설이 아니라 관광수입과 지역의 이미지를 고양하려는 골프장 개발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금 이곳 망간광산을 조선인의 중노동의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교육의 현장으로 삼고자 건립 의지를 굳게 가지게 되었다. 그는 이곳이 공적 역사로서 등록될 충분한 존재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일본국내에 있는 수많은 전쟁박물관이나 광산박물관의 전시의도가 ‘조선인 중노동의 공적 역사를 알리는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고 하는 예리하고 강한 비판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이호쿠쵸의 정장(町長)에게 제3섹터에 박물관을 세우자고 건의했으나 망간기념관은 조선인의 강제연행과 피차별 부락민들이 일했던 역사와 진패증의 증거를 전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여론은 ‘그런 역사는 어두운 역사로서 이런 걸 전시하게 되면 쵸(町)의 위상이 나빠진다’는 이유를 들어 완강히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리하여 이정호씨는 하는 수 없이 개인의 사재를 틀어 1986년부터 기념관 건설에 착수하였다. 제한된 자금과 일손이 부족하여 부인과 2명의 자제들을 불러드려 일가족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끝에 착공 3년만에 드디어 1989년 5월 기념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정호씨는 진폐증이 악화되어 결국 개관 6년 후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둘째아들 용식(龍植)씨가 대를 이어 제2대 관장으로 2009년 현재 14년간에 걸쳐 이 기념관을 운영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념관의 운영자금이다. 해마다 기념관을 운영해나가는 데는 일화 약 500만엔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기념관의 입장관람 수입 등은 소요자금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매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견디다 못한 이용식관장은 눈물을 머금고 2009년 5월 말 폐관을 결심하고 말았다. 개관이래 20년간 매년 흑자 한번 보지 못하고 계속 적자만으로 운영해 왔으며, 그 동안 단 한번도 교토부나 京北町에서 보조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시민단체인 ‘인권네트’를 비롯한 회원 여러분의 지원으로 500만엔을 얻어 견딘 적도 있었으나 결국 만성적인 적자를 면할 수 없었다. 해마다 특별전을 열어 입장관람객의 증가를 도모코자 했으나, 재정적자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관장은 “이제 폐관하고 문을 닫자”고 마음먹을 때마다 “단바망간기념관은 내 무덤이라고 하시던 부친의 말씀이 떠올라서 다시 한 번 더 계속해보자고 하면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오늘날까지 운영해왔다. 초대관장 이정호씨의 아내인 내 어머니는 연금을 타서 전액을 기념관 적자를 보전하는데 써왔지만, 이제는 옥외의 건물조차 노화되고, …(중략)… 최근에는 기념관 앞 도로 162호선 교통량마저 줄어들었으니 결국 폐관을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관장 이정호씨는 생전에 “일본에서 언제까지라도 소외된 이방인으로 평생을 살아갈 길을 택한 사람들은 기본적 인권을 박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이라면 누구인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 바로 ‘사회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며, 여러 가지의 추억을 모아 계승해 가는 장소를 갖고자하는 것조차 허용치 않는다는 것을 인생역전을 통해 배워왔다”며 “만일 우리가 지금 죽어버린다면, 우리들의 역사는 사라져버릴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 역사를 전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이 기념관을 자주 방문하여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東京學藝大學의 君塚仁彦교수는 단바망간기념관의 폐관 예고를 접하여 애석해 하는 나머지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폐관을 결정하기까지는 정말 단장의 아픔을 이겨내는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한사람의 가족이 감당해온 것은, 그것도 작은 돈이 아닌 매년 500만엔이라는 거액을 장기간에 걸쳐 부담해 준데 대하여 충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기념관 운영에 있어서 ‘이것이 개인으로서의 한계이며, 전력을 기우려 운영해 왔다’고 말하는 이 관장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음으로 이에 동의하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관장의 코멘트 중에서 “폐관을 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하여, 여태까지 기념관을 지원해주던 후원자와 관계인사 여러분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진작 사죄해야할 사람은 일본정부와 행정당국이 아닐까, 또한 무관심으로 이어온 많은 주위의 사람들이라고 여겨진다. 이 기념관이 폐관되면 조선인 망간광산노동자의 산 역사와 기억이 쌓인 이 자리는 불원 ‘단바망간기념관’이라는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하나의 박물관의 유적, 아니 흔적이 되고 말 운명임을 못내 애석하게 여긴다.

단파망간기념관을 살리려면

도쿄예술대학의 君塚교수는 단바망간기념관을 테마로 논문을 썼다. 즉 ‘단바망간기념관 - 조선인 망간광노동자의 기억’(계간 전야 창간호 2004년)을 비롯하여, 2008년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동북아 역사재단과 창원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전쟁의 유적을 평화의 자산으로’를 표방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일본의 전쟁유적 보존과 동북아시아 평화구축의 과제’라는 논문의 서론에서도 단바망간기념관의 전말을 기술하여 패관을 앞둔 기념관의 운명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君塚교수는 필자가 2009년 3월 8일 단바망간기념관을 방문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요지의 편지를 보내왔다.

“3월 6일 단바망간박물관을 방문해주시고 운영자금 지원문제를 협의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하게 여깁니다. 교토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가 기념관을 법인으로 운영형식을 변경하여 지원해나가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5월말로서 폐관할 방침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의 충고를 잘 들어주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계속하여 이 관장과 교신하면서 여러 가지 지원가능방안을 모색하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주시할 생각입니다. 5월 말 폐관 행사가 열릴지 모르지만, 아직은 조금 유동적인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일본 행정부가 지원해야할 일이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기념관은 운영자금을 필요로 하며, 이를 개인부담으로 한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지원의 움직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필자는 단바망간기념관을 방문하기에 앞서, 운영난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기념관의 폐관이후 그 곳에 전시되었던 이동 가능한 유품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등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필자는 얼핏 앞서 말한 강동위를 떠올렸다.

최근에는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와 협의하여 과거사 개인보상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 사할린 거주 한국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사할린 한국인의 영주귀국 사업을 실시 2007년에 17차례에 걸쳐 611명의 영주귀국을 실현하였다. 영주귀국사업은 앞으로 2009년까지 희망자 전원 귀국을 목표로 계속 할 방침이다. 또한 한국정부는 전쟁 중 희생된 피해자의 신상 조사를 위하여 일제강점기 군인과 군속의 공탁서 사본 총 11만명분(9천100만엔 상당)을 수령함으로써 관련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길을 열게 되었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 되었던 유골봉환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강동위는 부산에 ‘강제동원역사박물관’(가칭)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의 설립취지는 일제의 강제동원에 의한 피해 및 진상을 규명한 자료 전시 기록보존을 통하여 차세대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자는데 있다. 이미 예산까지 확보하여 향후 5년간 공기를 거치면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에 부지 약 2만3천평의 훌륭한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단바망간기념관이 남길 전시품을 이곳 부산에 신설될 ‘강제동원역사박물관’으로 옮겨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강동위의 담당 부서에 출두하여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강동위는 망간기념관의 소장품, 전시품 및 수집된 자료는 강제동원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 줄 소중한 기록물로 판단되며 이전 가능한 전시 소장품을 기증 또는 기타조건으로 부산에 건립될 박물관으로 이관하여 소장 전시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 하였다. 즉 망간기념관의 자료의 소중함과 그 자료의 다양성, 보존가치를 인정하여 강동위가 수용할 뜻을 밝히고 필자가 그 곳을 방문하는 기회에 일차적으로 의사 타진을 해보도록 위촉하였다. 그리고 한국내의 관련기업 혹은 시민단체에 지원요청 캠페인을 하면 운영자금의 지원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참고 의견도 덧붙여 말해주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이용식관장의 이사를 타진한 결과 ‘폐관 결정’은 반복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으며, 패관이후 전시품 등은 동경에 있는 ‘재일한국인역사자료관’에 기증하기로 협의 중이라고 한다. 필자가 혹시 부산에 건립될 ‘강제동원역사박물관’에 기증할 의사가 없느냐고 묻자, 그는 기념관 전시품이 일본에 남아있어야 그나마 일본인들에게 전쟁 중 강제 동원의 증거로서 각성을 일깨울 것이지만, 만약 한국으로 옮겨간다면 당초 기념관 건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 없이 허탈한 심경으로 귀국한 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강동위를 통해 한국의 군포에 있는 교회의 이대수 목사께서 일본 京都平和大學과 연계된 ‘한일100년평화네트’(가칭)이라는 시민단체를 구성하여 단바망간기념관의 구제를 위해 힘쓰겠다는 것이다. 한편 교토에서 5월에 ‘우토로지구’를 취재하기 위한 한국 방송사 취재팀이 현지를 방문하며, 기회에 단바망간기념관을 찾아가서 아울러 취재하여 운영난을 호소하고 구원의 손길이 이어지도록 널리 방영할 예정이라 하는바,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우토로지구 주민의 구제운동과 같은 인권적 인도적 차원에서 크게 호응해 주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다.

또한 필자가 단바망간기념관의 폐관 소식을 오영환(吳榮煥) 주오사카총영사에게 설명하였더니, 오 총영사가 3월17일 현장을 방문, 이용식관장에게 폐관의사를 확인하고 운영난 타개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같이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가 결속하여 단바망간기념관을 지원하는 손길을 뻗친다면 구사일생으로 패관의지를 번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도 시민단체의 구제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다. 東京學藝大學 君塚교수의 간절한 소망대로 단바망간기념관이 패관을 철회하고 법인화 등 새로운 운영형태로서 계속 존속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치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뇌사직전의 환자가 되살아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