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남 / 달라스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드디어 인종간의 장벽이 눈에 보이도록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 이민 후발 주자인 미국내 우리 한민족은 미국내 선발 주자인 타 민족의 인권 운동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탄생은 지난 100여년간의 치열한 흑인 인권 투쟁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우리는 조만간 미국내 또 다른 소수 민족인 히스패닉계 대통령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이며 언젠가는 아시안계 대통령이 백악관을 차지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여러 아시안이 적절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Remember, there’re no free lunch.

1908년 여름 링컨 대통령의 출생지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발생한 흑인에 대한 인종 폭동은 많은 흑인들의 사상자를 내는 비극으로 끝내는 많은 흑인들이 정든 고향을 등지는 사태로 이어졌는데 이 비극의 전말을 지켜 본 흑인 사회는 물론 양식 있는 많은 백인들까지도 더 이상 흑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을 묵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과격한 행동파 흑인 지도자인 두보이스(Du Bois)씨 같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저명한 언론인 아이다 웰스바넷 (Ida Wells-Barnett) 같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폭동이 난 다음 해인 1909년 2월 12일의 링컨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일을 기해 백인도 포함된 60여명의 인사들이 뉴욕주의 나이아가라에 모여 흑인을 위한 인권 기구를 조직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나이아가라 운동 (Niagara Movement)이라 부르다가 1911년에 들어 유색인종 지위 향상을 위한 전국 협의회(The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 약칭 NAACP) 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동 협의회는 처음 10년간 힘들고 험난한 법정투쟁을 통해 억울한 처지에 있는 많은 흑인들의 고통에 앞장섰으니 1910년에는 흑인들에 대한 투표권 제한은 연방 헌법에 위배된다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얻어냈으며 1917년에는 흑인 부동산 소유 금지 조항의 철폐를 끌어냈으며 1923년에는 공정재판을 위해 흑인도 배심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확인했으며 특히 이 당시 연방 교육부를 상대로 흑백 분리 교육의 부당성을 지적,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흑백 분리 교육을 법적으로 종결시켰다. 또 동 협의회는 당시 미국을 풍미하던 공공연한 흑인에 대한 감금, 폭행, 린치 등을 막기 위한 ‘린치 방지법’ 제정 운동을 벌리는 과정에서 1889년부터 1919년까지 30여년간 일어난 미국내의 각종 린치 사례를 묶어 책으로 출간, 그 끔찍스러운 백인들의 인권 유린 만행을 낱낱히 고발함으로 양식있는 백인 사회의 지지를 얻어 냈으며 이 법안은 그후 여러해에 걸쳐 하원 단독 통과의 불운만을 겪다가 후일 상원의 통과로 빛을 보게 되었다.

또 당시 남부 지역에서는 NAACP (엔 더불에이 씨 피) 를 불법 단체로 규정해서 이 단체의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투표권자 등록 운동과 시가행진, 연좌데모와 의회 로비를 통해 이 같은 방해도 극복했다. 또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시에서는 로사 팍스(Rosa Parks-NAACP 몽고메리시 지부 사무장) 여사가 시내버스 좌석의 흑백 분리에 항의, 하나로 뭉친 지역의 흑인들이 몽고메리시 당국에 대해 381일간의 끈질긴 버스 탑승 보이콧 투쟁을 벌려 결국은 시 당국이 흑백간 좌석 분리 조례를 폐지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동 협의회가 주도한 유색인 차별에 대한 여러 모양의 비폭력 저항 운동들은 결국 미국 사회가 안고 있던 유색인종에 대한 고질적인 차별과 편견, 그릇된 인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으며 이를 통해 미국이 안고 있는 백인들에 의한 유색인종에 대해 관례적으로 자행되던 많은 차별들이 없어지면서 그간에 생겨난 인종간의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며 미국을 하나의 국가로 묶어가는 발전적인 계기를 만들어 갔다.

1930년의 세계 대 공황 때는 생계의 위협에 직면한 많은 취약 계층인 유색인들의 경제적 생존권 보호를 위해 동 협의회가 뉴딜 정책 집행에 직접 참여해서 고용 기회 균등 위원회를 창설케 하고 또 이를 통해 연방 정부와 계약하는 모든 업체들의 인종 차별적 고용을 금지 시키는 성과도 이루었다.

또 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흑백 혼성 부대의 창설을 주장하다가 이 일이 여의치 못하자 독자적인 흑인공군부대의 창설에 성공했으며 1948년 트루만 대통령 시절에는 드디어 흑백혼성부대가 정식으로 채택되었고 그 후 한국전쟁 때에도 많은 흑인들이 참전하게 되었다.

동 협의회는 창설이래로 비폭력과 사법부를 통한 합법적인 투쟁으로 정치, 교육, 사회, 경제상의 여러가지 제약들을 차례로 극복해 갔으며 백인에 대해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미국내 여타 소수 민족들의 권익신장은 물론 전체 미국사회의 화합을 가져오게 함으로 오늘날의 위대한 미국 건설에 지대하게 공헌했다. 동 협의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로 현재 미국내 50개 주의 여러 도시들은 물론 일본, 독일 등 미국 시민권을 가진 흑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구상의 모든 곳(1,700 여개-각종 군부대 포함)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 수도 4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이제 한세기를 넘긴 동 협의회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미국 내 흑인사회는 대통령도 배출하고 또 많은 흑인 체육인과 연예인을 배출하고 있지만 그러나 지금도 흑인사회는 고질적인 범죄문제와 심각한 마약문제, 빈곤문제 때문에 이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특히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흑인사회가 안고 가야할 다가오는 100년의 숙제일 것이다.

※ 참고 :  여기서 유색 인종 (Colored People) 이라 함은 유럽계 백인을 제외한 모든 여타 인종 즉 흑인, 모든 아시안과 중남미인, 멕시코인, 미국내 인디안, 아랍인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앞으로 LULAC (League of United Latin American Citizens-라틴계 시민 협회)와 ACLU (American Civil Liberty Union-미국 /시민 자유 연맹), 중국계 단체, 유대계 단체 에 관한 소개와 흑인, 라틴계와 여타 민족들의 축제일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