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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선거권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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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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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서 / 명지대 교수(이민학)]


   
국민은 국적 소지자이다. 참정권은 국민의 권리이다. 그런즉 국적 소지자는 선거권이 있다, 없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재외국민은 선거권이 없었다. 우리는 일단 우리 땅을 떠난 사람이거나 귀화한 이민자는 국적 소지자라도 우리나라 ‘정예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21세기는 국경을 넘는 인류의 글로벌 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나라마다 체류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상반된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 세계가 다문화사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끼리 단합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적과 선거권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세계인은 지구촌 주민이라는 ‘글로벌 시민권’ 의식 확산과 해외에 거주하는 같은 민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추세가 그것이다. 즉 지역 주민에게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선거권을 부여해서 그 지역사회 운영에 현실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을 모국의 운영에 적절히 참여시켜 민족과 모국의 힘을 증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5일 통과된 재외국민선거법은 대한민국과 한민족 커뮤니티 관계를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진화시키는 첫걸음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영토에 고착돼 있었던 ‘신토불이’적 국가운영 방식에서 글로벌 시대 국가운영체제로 한 단계 높였다. 그것은 700만 한민족 네트워크의 발전과 재외동포가 모국에 미치는 영향력 증대, 우리 국민의 글로벌 역량이 강화된 결과일 것이다.

이에 따른 다양한 과제들이 생겼다. 우리는 글로벌시대 민족 단합의 반대급부인 ‘글로벌 시민권’ 의식 확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우리 사회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체류 자격과 별개로 실질적 주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들이 지역사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이중국적을 허용해 한민족 중 외국적 소지자나 귀화 이민자가 우리나라와 거주국, 모국의 국사 운영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과감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재외국민 선거권이 큰 골칫거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알제리는 식민지 시대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에 재외 알제리인 단체인 AAE가 있다. 이 단체는 알제리 정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재외 알제리인의 선거권을 통해 반정부 활동을 하는 본거지가 되어 왔다. 그래서 때로는 프랑스 정부가 알제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외부세력이 알제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강력한 원격조정실이 되기도 했다.

다른 예로 스페인 갈리시아 자치주는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갈리시아 사람들이 대거 이민 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 선거운동을 하러 간다. 그들은 현지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갈리시아 주민권과 선거권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선거 때도 남미 거주 갈리시아 동포에 의해 스페인 갈리시아 자치주 선거 후보 당락이 결정되었다.

갈리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민자들이 많은데도 그들 목소리는 전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고 멀리 남미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옛 고향일 뿐인 갈리시아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재외국민은 대부분 미국 등 강대국에 모여 있다. 그들의 소속감은 대한민국에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현실적 터전은 거주국이다. 그들의 의사가 우리 정치인의 정략적인 목적을 위해 오용되고 강대국인 그들의 거주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조정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큰일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재외국민, 재외동포 선거권이 허용돼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 바람직한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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