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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선거권과 재일한국인
최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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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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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 부산 영산대학교 교수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는 오는 2012년부터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국민투표법, 주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9세 이상의 재외국민 전원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해외 일시체류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도 부재자 투표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에 거소신고를 한 재외국민은 국내 지방선거 참여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개혁특위를 통과한 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기 전에 약간의 논란을 야기했던 항해 중 선상 투표 도입 문제는 이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다만 선박이 정박한 경우에 한하여 선원들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일찍이 1998년에 선거법을 개정하여 2000년 이후부터 만 20세 이상의 재외국민 가운데 재외선거인명부 등록자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2005년까지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비례대표에 대한 투표에만 국한하고 있었는데, 사법부가 선거구(지역구) 투표 배제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재외국민에게 선거구에 대한 투표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2007년 7월에 실시된 참의원 통상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재외국민의 선거구 투표를 적용시켰다.

재외국민 투표가 국내 정치에 끼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재외국민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것 같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재외투표를 인정하고 있지만 대법원 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에서는 여전히 재외투표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재외국민 투표권 인정 범위에서도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국외 국가나 지역에 3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투표방법에서 비교적 다양한 방법을 인정하여 재외국민의 투표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한국이 도입한 재외공관 투표 이외에도 일본은 우편투표를 인정하고 있다. 재외 일본국민이 일본에 일시 귀국한 경우 등에는 선거일 당일 투표나 부재자 투표 이외에도 미리 선거일 이전에 명부 등록지 선관위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 재일한국인의 경우, 이번 한국의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시체류자를 포함하여 대략 47만 명의 재일한국인이 재외국민 선거의 대상자가 되는 까닭에, 앞으로 시행될 재외국민 투표가 한국 국내 정치는 물론 재일한국인 사회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재일한국인 개개인의 성향이나 거주 조건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재일한국인 사회가 미국 거주 한국인 사회에 비해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재일한국인의 여론 동향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신문으로는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민단신문’과 ‘통일일보’를 들 수 있다. 이 신문들이 최근에 이번 선거법 개정 움직임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민단신문’은 ‘민단’의 기관지로서 비교적 일본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여 생활하는 동포 사회를 대변하고 있으며 정치적 움직임보다는 부드러운 동포 문화를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4일자 ‘민단신문’을 보면, 한국의 재외국민 투표법에 관한 기사는 보이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지방참정권 획득 운동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띈다.

이달 22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와 23일로 예정된 중앙대회를 앞두고 지난 1월 29일에 열린 ‘민단’ 중앙권익옹호위원회의 회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중의원 선거를 기회로 하여 지방참정권 획득 운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 소식은 이제까지 ‘민단’이 조직을 들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오고 있는 지방참정권 획득 운동에 비추어 볼 때, 희소식이 되기 어렵다. 그것은 지방참정권 부여를 반대하는 일본인들에게는 물론, 이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일본인들에게도, 한국의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가 “재일한국인이 한국의 국민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동시에 참정권을 향유하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지방참정권 운동에 대한 일본사회의 지지 움직임이 쇠퇴할 수도 있다.

한편 한반도 정세에 보다 민감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통일일보’는 2월 4일자 보도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 내용을 소개하고 재일한국인의 선거와 투표방법을 설명했다. 1997년의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과거 이건우(李健雨) 씨 등 재일한국인 등의 부단한 청원 운동이 주효했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이 신문은 이번 선거법 개정에 대해 환영하는 표현은 일체 내비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비교적 비판적인 논조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개정이 주민등록을 하고 있지 않은 재외국민을 지방 선거, 지역구 의원 선거, 국민투표, 주민투표에서 배재한 것을 들어,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라고 혹평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아무튼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만 19세 이상의 재일한국인은 빠르면 2012년 4월에 실시될 국회의원 선거와 그 해 12월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거주 지역을 관할하는 외교 공관으로 도쿄의 대사관과 영사관, 그리고 9개 지역의 총영사관이 있는데, 투표하고자 하는 재외국민은 이곳에서 중앙선관위에 대해 재외국민 선거인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선거인 등록 기간은 투표일 150일 전부터 60일 전까지이며, 중앙선관위는 30일 전까지 선거인 명부를 확정해야 한다.

투표용지는 선관위가 직접 선거인에게 우송한다. 재일한국인 유권자에 대한 후보자의 선거 운동 방법으로는, 일본에서 수신 가능한 위성방송, 라디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일본에 가서 직접 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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