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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과 향후 대응 방안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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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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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 한국외대 명예교수

   
 

일제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3년 만에 일본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제는 2018년 10월 30일 이춘식씨 등 4명(3명 이미 사망)이 일제강제피해자 들이 일본기업 (주)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의 재상고를 기각하고 원고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들이 2005년 소송을 제기한지 13년 8개월이고, 2013년 9월 재상고심에 올라온 지 5년 여 만이다. 대법원이 법관 해외파견과 상고법원 설치라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되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하느라고 5년이나 지체됐다. 그것을 지연시키는데 ‘김 & 장’이라는 로펌이 또 한 몫 했다고 한다.

이번 대법 재상고심 원심 확정은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한 법적 성격을 일제식민지 합법성을 전제로 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의 하위 협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점에서 미래 한일 식민지청산의 기본적인 법적 방향을 설정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나아가 이는 한국의 촛불시민혁정신이 한일관계의 역사정의 구현에도 영향을 준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발이 거세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매우 주요하다.

우선 판결의 요지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효력 범위를 판단하면서 일제 강제징용은 일본의‘'반인도적 불법행위’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강제징용피해 문제는 2005년 한일외교문서 공개에서 대일 8개 청구항목 제5호 “미불임금”에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미지급 임금이나 보상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군수업체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피해라는 ‘위자료 청구권’이라고 보았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돈도 받지 못하고 감금상태에서 강제노역과 구타에 시달렸던 징용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라는 것이다.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 1항에서 “완전히 최종 해결”이라는 것은 양 정부차원에서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고,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별개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둘째, 일본법원 판결을 승인하지 않는다.
일본의 최고재판소 등 각 심급의 기각 판결은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법의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은 배척했다. 즉, 일본재판부가 식민지배와 1940년대 2차대전시 일련의 일제 국민총동원령,징용령 등 일제법령 자체를 합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수 없다. 불법이 아니니, 불법에 상응한 배상도 없다’라는 취지의 판결은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대한민국 법통/3.1정신등)와 정면 충돌한다. 따라서 이는 위헌이기에 2015.5.24. 대법원은 1.2심을 모두 배척하였다. 이번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재확인하였다.

셋째,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시효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주)신일본주금]와 일본 법원이 주장한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사 시효문제에서 국가권력에 의하거나, 국가권력의 강압아래 피해청구를 하기 어려웠던 기간 동안 시효를 배제하는 취지의 이전 대법원 상고 판결과 더불어 피고의 시효소멸 주장은 신의성실원칙과 권리남용원칙의 위반이라는 취지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후 1965년 국교정상화까지 국교가 단절되어 피해자들은 권리주장이 불가하였고, 이후에도 한일협정 내용이 2005년까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협정에 개인청구권까지 포함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어 자신들의 청구주장을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시효가 진행되지 못하는 객관적 사유로 판단하였다.

넷째, 피고인 적격문제는 문제없다.
대법원은 피고 기업인 현 (주)신일본주금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준 2차대전 전후의 (구)신일본제철의 실질을 이어 받은 것으로 피고적격을 인정하였다. 일본에서는 동일성을 부인하였다. 일제강점기에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강제징용되어 일본국 회사인 (구)신일본제철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대한민국 국민 갑 등이 (구)신일본제철이 해산된 후 새로이 설립된 현 (주)신일본주금 상대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구)신일본제철은 실질적으로 동일성(영업,재산,임원,종업원 승계 함)을 유지하여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구)신일본제철대한 청구권을 현 신일본제철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재상고 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매우 싸늘하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한일과거청산을 방해하는 법적 낡은 구조를 뒤흔들어 버렸다. 현재까지 한일 과거사 청산은 일제식민지 합법성을 인정한 기초위에서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일제식민지는 명백히 불법, 무효이고, 이에 근거한 한일관계가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판시하였다.

일본 외무성은 종전처럼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라는 기존입장을 반복하고, “이번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비추어 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하고, 또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ICJ)제소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두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아베총리는 2018년 11월 1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협력에 역행하고 있는 움직임”이라고 하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있다. 1965년 ‘분쟁해결에 관한 한-일 정부간 교환각서’에 의하면, 일차적으로 외교상의 경로, 두 번째로 양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하였다. 현 한일 관계 분위기로 보아 둘 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의 재판관할권 동의 없이 ICJ가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일본은 ICJ규정 제36조 2항 선택조항 수락국이지만, 한국은 아니어서, ICJ는 한국에 대한 강제관할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근거없는 치밀한 국제법 논리로 국제사회를 상대로 외교 홍보전을 전개할 것이 예상된다. 일본이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국제법적 ICJ 판례로서 “독일-이태리간 국가 관할권 면제“(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 Germany v. Italy: Greece Intervening: 2012)사건(일명 Ferrni 사건)이다.

제2차 대전 초기에 이태리가 독일나치정부를 지지하다가 전세가 기울자, 1943년부터 무소리니가 퇴진하고 이태리 국내 나치 저항세력이 독일나치를 상대로 저항하였다. 이 와중에 이태리군 포로로서 독일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했던 Ferrni라는 사람이 이태리법정에서 독일을 상대로 피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이태리 법원은 Ferrni에게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독일이이에 반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1947년 및 1951년에 독일-이태리도 한 1965년 한일협정과 유사한 합의로 이태리-독일차원에서 2차 대전중에 불법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협상을 종결하였다. 그런데 이태리 피해자 한사람인 Ferrni가 독일군대를 피고로 하여 이태리 법원에 개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하였다. 이태리 법원은 피해자 Ferrni의 손을 들어주었다. 독일은 이 사건을 국가면제(state immunity)이론을 근거로 국제사법소(ICJ)에 제소하여 승소한 판결이다. 국가면제란 한국가의 사법부는 타 정부라는 주권국가를 사법재판대상으로 삼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ICJ는 국가주권이라는 근거하에 독일 주권기관 군대를 피고로 이태리 사법부가 재판하는 것을 거절한 것이다.

생각건대 이번 한일협정 일제강제징용 사건 판결은 2012년 독일-이태리 국가면책 사건과는 전혀 다르다. 피고가 사기업이라는 것이며, 국가 주권기관이 아니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는 국가면제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 추세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이 이 사건을 ICJ에 제소하더라도 한국정부는 응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설사 응소하더라도 2012년 이태리-독일 ICJ 사건에 적용된 국가면제이론 적용이 불가능하므로 한국이 승소할 가능성이 명백하다. 일본이 이러한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일본 ICJ 제소는 국제사회에 외교적 홍보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도 한일관계의 역사적 측면과 국제법적 논리를 치밀하게 대응하여 외교전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법적 논거로 삼는 1965년 한일협정은 일제 식민지를 합법성을 인정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근거한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1965년 협정은 오늘 날 한일관계의 과거사 미청산에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양 대 조약의 근본적 한계점 때문에 1965년 한일협정은 일제과거를 청산하는 법적 논거로 적절치 않다. 그래서 피해자 개인이 직접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2012년 5월 24일에 이어 피해자 개인의 손을 두 번째로 들어준 것이다. 이번에는 한국외교부는 과거 적폐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역사정의 정립 차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재상고 판결이 온전하게 집행되도록 국제적으로 외교전을 치밀하게 펴야 할 것이다. 이것이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온 겨레의 소망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및 국제규범이 지향하는 공적 가치(2001년 Durban 선언)도 탈식민지화 및 인도주의의 구현이라는 큰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도적 선진국가로서 반인륜적 범죄를 단죄한 한국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행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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