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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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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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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 논설위원

   
 

“너무 오래 지체된 정의는 정의에 대해 거부하는 것과 같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부정된 것이다.”(마틴 루서 킹 <버밍햄 감옥에서의 편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을 꺼내기도 무참하리만큼 참으로 너무 ‘오래’ 걸렸다. 청춘의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몸과 마음이 병든 채 해방 조국에 귀국한 이래 일흔세 해가 흘렀다. 일본에서의 법정 싸움까지 포함하면 소송 제기 21년, 국내 소송 기간만 따져도 13년이 걸렸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해당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제야 나왔다.

늦어도 너무 늦었기에 소송을 낸 강제동원 피해자 4명 중 3명(여운택·신천수·김규수씨)은 ‘제사상 판결문’으로 받아보게 됐다. 이춘식 할아버지(94) 홀로 승소가 확정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할아버지는 강제징용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오랫동안 힘든 법정 싸움을 벌여온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사실을 이날에야 알았다. “같이 이렇게 살아서 봤더라면 마음이 안 아플 텐데, 나 혼자라서 눈물 나고 슬프다.” 할아버지의 오열이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아프게 묻고 있다.

사실 몇 해만 앞서 재판이 이뤄졌어도, “한이 됐던 피멍울을 안은 채” 징한 세상을 하직하는 참혹은 막을 수 있었을 터이다. 그 천금 같은 ‘몇 해’를 지연시킨 것이 박근혜 정권의 무도한 국가폭력이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 연기와 법관 해외파견 자리를 맞바꿔 거래 대상으로 삼는 바람에 대법원 판결이 지체되었다는 야만이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무려 5년을 흘려보낸 동안 20여년을 힘들게 싸워온 피해자 할아버지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2012년 대법원 판결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신고건수는 15만건에 달했다. 이들 소송 당사자들도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신규 소송은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면 정의가 세워진들 무엇하랴. 현재 남아 있는 10여건의 강제징용 재판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지연된 정의라도 하루속히 세워야 한다. 지금도 아픔을 치유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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