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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교에선 한국어가 ‘희귀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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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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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원 / 하비에르국제학교 한국어·프랑스어 교사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2016년, 플로베르중학교의 제자들로부터였다. 이제 겨우 떠듬떠듬 한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들이었는데, 그 이름만큼은 이미 잘 썼다. 그런데 사실 그 아이들은 K팝만큼이나 아리랑도 좋아해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 한국어 수업이 생기기 1년 전 학교에 개설된 ‘아틀리에(Atelier)’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틀리에는 보통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의미하지만, 프랑스 학교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의 특별활동 수업을 말한다. 교내 교사가 책임지고 주도하되 자격증을 갖춘 전문 강사와 함께 교육부와 문화부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초등학교에서는 박물관, 유적지 방문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아틀리에 수업이 필수다. 중학교에서는 신청자에 한해 별도로 주당 2, 3시간 합창, 연극, 체스, 무용, 스포츠 등을 배운다. 고등학교에서는 음악, 미술 정규 수업이 없는 대신 아틀리에 수업을 활용해 바칼로레아 시험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외국어 과목 교사들은 아틀리에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국문화 아틀리에’가 처음 개설된 것은 2008년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한불언어문화교육자협회(AFELACC)가 양국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문화·예술 강사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중고교에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좋은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교육의 다양성과 질 향상이라는 명분과 전시회나 공연의 성과로 승진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실리를 가지고 각 학교와 교육청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플로베르중학교의 음악교사 주아니는 한국문화 아틀리에의 성과를 공연으로 잘 조직해 교육자에게 최고의 명예인 교육공로훈장을 받았다. 비달 교장도 아틀리에 덕분에 교류와 한국어 수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고등학교 교장으로 승진했다. 2017학년도에 프랑스 9개 지역, 22개 학교에서 민요, 판소리, 탈춤, 서예, 한국문학 등의 아틀리에가 열렸는데 K팝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다. 내년에는 ‘한국의 인공지능과 로봇’ 아틀리에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문화 아틀리에로 시작한 프랑스 중고교 내 한국어 보급 사업은 양국 학교 및 교육청 간의 업무협약(MOU) 체결과 교류 여행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한국어가 바칼로레아 시험과목으로 결정되고 한국어 수업과 한국어 국제섹션 개설까지 확장되어 왔다. 그런데 한국어 수업 개설은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프랑스 중고교생은 계속 크게 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어가 바칼로레아 시험에 필수과목이 되었다고 해도, 중고교에 한국어 수업이 정식으로 개설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게다가 아직 한국어는 시험 보는 학생이 적어서 아르메니아어와 같은 ‘희귀어’로 분류된다. 말하기 시험을 볼 수 없고 시험 문제도 어렵다. 한국어 중등교사자격시험도 아직 없다. 그래서 프랑스 교육부의 정식 첫 한국어 교사였던 내 계약서에는 ‘말레이시아어 교사’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 차원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외교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여행 가방에 자료를 잔뜩 담아 2시간 거리도 마다않고 프랑스 중고교를 뛰어다닌 아틀리에 강사들의 땀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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