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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국유 기업이 中 경제 진짜 암초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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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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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 중국전문기자

   
 

2012년 12월 초,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 국가주석은 첫 시찰지로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성 선전(深圳)시를 택했다. 선전 시내 롄화산공원에 있는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개혁·개방의 길은 정확했다"고 선언했다. 총서기 선출 직전에는 대표적인 정치개혁파인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을 만났다. 강력한 정치·경제 개혁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집권 모토로 내세우더니 인터넷 검열을 포함한 강력한 사상 통제로 개혁파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오쩌둥에게 붙였던 '영수' '핵심' 등의 칭호에 집착하면서 1인 권력 강화에 열을 올렸다.

경제 분야에서도 비슷했다. 집권기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 2013년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결의문에는 "시장이 자원 배분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게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국유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고, 민영기업의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 역시 얼마 못 가 공염불이 됐다. 국유기업은 덩치가 더 커졌고, 민영기업 돈으로 어려운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제도까지 등장했다.

홍콩 등 중화권 언론에서는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한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면서 고도 성장의 길을 열었던 덩샤오핑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뜻이다. 태자당 출신으로 베이징 궁정정치에 밝은 시 주석이 당내 보수좌파와 개혁우파 모두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절대 권력 확보에 성공했지만, 중국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스탈린식 독재 체제와 강력한 국가자본주의로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간다는 시 주석의 로드맵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상하이 증시는 연초 대비 25% 가까이 추락했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8% 이상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민영기업도 흔들리고 있다. 시 주석 집권기 중국 민영기업들은 성장률은 계속 하락하는데 임금은 연평균 10% 이상 오르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려왔다. 노동계약법 본격 시행,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소득 분배 정책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5대 보험과 주택기금 부담액도 큰 짐이 될 전망이다. '5보(保)1금(金)'으로 불리는 이 부담금은 지역에 따라 노동자 임금의 30~70%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국유기업들은 정책 지원 속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과잉 생산 시설 감축만 해도 원자재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국유기업에 큰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생산이 줄어 시장 가격이 상승한 만큼 이익이 커진 것이다. 형편이 나아진 국유기업들이 도산하는 민영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면서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집권 초기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에 박수를 쳤던 중국 내 개혁파들은 기대를 접은 분위기이다. 전·현직 고위 경제 관료와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중국 경제 50인 논단'은 지난달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를 열었는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6.5%까지 떨어지면서 다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시진핑 정부의 개혁 퇴보라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혁신 능력도, 돈 버는 능력도 없는 국유기업을 대표선수로 내세워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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