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 행정안전부 장관

유엔은 2년마다 세계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자정부의 운영 실적을 평가한다. 올해 평가에서 우리는 온라인 참여 부문에서 1위, 전자정부 발전 부문은 3위를 했다.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 당시인 2001년에 대통령 직속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전자정부 구축에 착수한 덕분에 2010∼2014년 두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자정부 강국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온라인 참여 부문에서 4위로 떨어지고, 전자정부 발전 부문에서도 3위로 하락했다. 반전은 2017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일어났다. 광화문 1번가나 청와대 국민청원 등 국민과 정부가 소통하는 통로가 열리면서 온라인 참여 부문 1위를 탈환했다. 문제는 전자정부 발전 부문이다. 올해도 여전히 3위에 머무른 것은 우리 정부가 심기일전해야 할 때가 왔음을 뜻한다.

한국 전자정부의 진화 과정은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3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과거의 전자정부는 기존의 행정서비스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더 빠르고 편리하게 받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재의 전자정부는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국민이 참여해 직접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의 전자정부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거버넌스(실시간 협치) 차원으로 발전하는 것이 궁극적 방향이다.

협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예컨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행정서비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와 개방형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국민이 직접 서비스를 만들거나 뜯어고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국민이 정부를 이끄는 협치다. 협치는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정부가 함께 국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협치과정에서 국민이 정부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데이터 속에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포함된다. 정보주체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공공데이터 규모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하다. 더욱이 국가는 개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이처럼 데이터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인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소중한 권리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는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지난 2월과 4월에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주관하는 공개 토론회를 활용해 시민단체와 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조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이른 시일 내에 개정할 계획이다.

다른 과제도 있다. 국가가 주목해야 할 개인의 권리가 단순한 개인 신상정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잊힐 수 있는 권리,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권리, 신기술의 역기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권리’에 관한 고려도 점점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행안부는 새로운 디지털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만들어 ‘전자정부법’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전자적 기술의 발전과 그것이 가져올 번영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행안부는 대한민국의 전자정부가 국민주권시대에 부응하는 투명하고 일 잘하는 정부의 주춧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협치하고, 시민사회가 오히려 정부를 이끌어가는 ‘전자 거버넌스’의 시대를 기꺼이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