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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보건의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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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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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면서 러시아인들의 휴머니즘과 정신적인 깊이에 감동했던 사춘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보건복지부,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KT로 구성된 민관 보건의료 협력사절단과 함께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일정이었다. 오랫동안 세계 최강대국 위치를 점해온 러시아가 자국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의료기술 도입과 병원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 보건의료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매년 러시아 환자 2만명 이상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이스라엘 다음으로 러시아 환자가 많이 찾는 나라다. 우리나라 의료기술 발전에 대해 러시아가 관심을 보이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수한 인력이 의대에 진학한다는 점, 둘째,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에 내재돼 있는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마지막으로 국민의 선택권 보장에 따른 의료기관 간 경쟁이 그것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분당서울대병원은 모스크바시가 조성한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에 300병상 규모의 중증질환 치료 전문 종합병원을 위탁·운영하는 내용으로 된 양해각서(MOU)를 시와 체결했다. 또한 모스크바 국제의료특구 및 타시르그룹과 병원 개원 준비단을 발족해 병원 운영을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는 러시아가 선진 의료기술 도입을 위해 조성한 곳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의료인 면허를 자동으로 인정하고 우리의 제약·의료기기가 별도 승인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마라트 후스눌린 모스크바 부시장은 6월 23일에 있었던 면담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모스크바시 보건의료 개혁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해 의료특구에 설립될 병원은 모스크바 의료기관들의 모델이 돼 시 전체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울러 세브란스병원이 러시아 내 최대 민간병원그룹을 소유한 시스테마그룹 및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과 협력해 모스크바 롯데호텔 내 최상위 고객(VVIP)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센터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MOU 역시 러시아 측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통해 이뤄진 협력사업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검진센터의 설계·운영 및 의료기기·장비 배치 자문, 의료인력 교육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한국형 건강검진시스템이 러시아 수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MOU들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의 환자 유치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러시아와의 보건의료 협력이 이제는 수도인 모스크바로 진출했다는 것을 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제4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 문제를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았으며, 이를 위해 `보건의료 국가발전 프로그램 2018~2025`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신북방정책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중점 과제로 러시아와의 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1일 있었던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 "보건 분야에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 양국 국민이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초의학 분야에서 잠재력을 가진 러시아와 우수한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협력한다면 이는 실현할 수 있는 목표다.

러시아 격언 중에 `신뢰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상호 존중과 신뢰의 기반 위에 두 나라 강점을 결합시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병원이 만들어진다면 모스크바에서 새로운 의료 한류를 이끌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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