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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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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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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 논설위원

   
 

1973년 서방 각국은 중동발 오일 쇼크로 휘청대고 있었다. 전 세계 경제는 불황으로 빠져들고 물가는 두 자리 수로 뛰기 시작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 재무장관이었던 조지 슐츠는 서독과 프랑스, 영국 재무장관을 워싱턴으로 불러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마침 백악관을 비우게 됐다며 백악관 도서관을 회의실로 내줬다. 이렇게 모인 이들이 ‘도서관 그룹’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 후 이 모임에 일본과 이탈리아, 캐나다가 합류하게 됐고 수준도 재무장관에서 정부 수반으로 격상됐다. 1976년 당시 포드 대통령이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초청해 7개국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G7 회담의 시작이다.

서방을 대표하는 이들 7개국의 국부는 280조 달러로 세계 전체 부의 62%에 달하며 이들 나라의 GDP 총액은 세계 GDP의 46%에 이른다. 이들 나라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좌우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 나라 정상은 80년대 이전 냉전이 한창일 때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서방 자유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공산주의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보조를 같이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1992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잠시 정치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멤버로 가입했었으나 2014년 푸틴이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점령한 후 국제사회의 지탄 속에 축출됐으며 그룹의 명칭도 G8에서 G7으로 다시 환원됐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주도 하에 세계 질서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G7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 캐나다에서 열린 G7 회담장에 늦게 도착한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핑계로 일찍 떠나면서 뒤늦게 트윗을 날려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트럼프는 전통적 우방인 G7 국가들이 미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왔다며 “우리는 모두가 도둑질 해가는 돼지 저금통이었다. 더 이상 그런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캐나다 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대대적 관세를 부과한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1812년 캐나다가 백악관을 불태운 일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이는 국가적 망신이자 대대적 결례였을 것이다. 왜냐 하면 1812년 전쟁에서 백악관을 불태운 것은 캐나다가 아니라 영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이 당시 자국 영토였던 캐나다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만 나와도 아는 사실을 미국 대통령이란 인간이 모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이런 엉뚱한 이유로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에 관세를 매겼다는 사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가 이번 회담에서 특히 분노한 것은 트뤼도 총리가 미국의 관세를 “모욕적”이라 부르고 “캐나다인들은 공손하며 합리적이지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법이라고는 없는 트럼프는 이에 대해 트뤼도는 “매우 부정직하고 유약한 인물”이라며 공동성명 서명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한테 잘못한 것이라고는 없는 캐나다와 트뤼도를 깔아뭉갠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2014년 국제법을 어기고 무력으로 크림 반도를 병합한 러시아는 잘못이 없다며 다시 G7 멤버로 받아들이자는 희한한 발언도 했다.

지금 전직 대선 캠페인 본부장부터 안보 보좌관, 일가친척까지 러시아와 유착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상태고 지난 대선 때 러시아가 트럼프 진영을 도왔는지 여부를 놓고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정부 비판 언론인을 암살하고 정적 구금을 밥 먹듯 하며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로 들어선 푸틴 옹호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인지 러시아의 꼭두각시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독일의 경우 미국을 믿을만한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은 14%에 불과하고 러시아 36%, 중국 43% 순으로 나타났다. 한 때 자유세계의 리더였던 미국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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