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는 거장 베토벤의 미완성 피아노 3중주곡 초연에 한인인 제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참가하게 된 것, 그리고 역사적인 이번 연주회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 시카고에서 열리게 됐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일입니다"

전세계 클래식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 1일 시카고시 도심의 머피 오디토리엄에서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내림 마장조(Hess 47) 세계 초연을 펼칠 '베토벤 프로젝트 트리오(이하 BPT)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상미씨(38)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인 그는 5살때 이미 솔로이스트로 데뷔해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티보 바르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비롯한 각종 국제 경연에서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한국과 미국, 벨기에, 스위스, 독일 등에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이어오며 '세계 음악계가 지켜볼 떠오르는 스타' 로 불리는 그는 줄리아드 음대에서 도로시 딜레이, 강효 교수 등을 사사했고 2000년부터 시카고 음악원에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베토벤 세계 초연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씨는 "2년전부터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해온 BPT의 피아니스트 조지 르포로부터 연락을 받고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했다"며 "조지와는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고 또다른 멤버인 첼리스트 웬디 워너는 어렸을때부터 친구로 함께 음악 활동을 한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BPT 에 의해 세계 초연되는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내림 마장조(Hess 47)에 대해 "이 작품은 원래 1792년에 작곡됐던 현악 3중주 작품번호 3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이다. 예전에 원래의 현악 3중주를 연주한 적이 있었지만 피아노 3중주로 편곡된 이 작품은 완전히 다른 느낌" 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베토벤은 원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가운데 한사람이었지만 이번 세계 초연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특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해 세계 초연을 하게 된 것은 연주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스트라디바리 소사이어티로부터 대여받은 1703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에 대해 "바이올린은 물론 활도 정말 특별한 명품이다. 스트라디바리가 명품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활은 지금까지 써본 것 가운데 최고" 라며 강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씨는 이어 "첼리스트인 웬디 역시 이번 세계 초연을 위해 1739년 제작된 명품인 과르네리 첼로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활을 대여받았다" 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들이 대부분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이름만을 사용하는 그는 "아예 영어 이름이 없다. 지금과 달리 내가 어렸을때는 이곳에 한인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언제나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법을 알려줘야 했다" 며 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한번은 부모님께 영어이름을 지어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거울을 봐라. 너는 한국인이니 한국 이름을 가져야 한다" 고 나무라셨다. 그 후로 한번도 영어 이름을 지을 생각을 안했다. 앞으로도 내 이름은 '이상미'일 것" 이라며 자신의 이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표시했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거쳐 미국 최대의 지도 제작사인 랜드 맥날리에서 지도 제작자로 활동했던 아버지 이한식씨(작고)와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유학길에 오른 어머니 김용인씨(70) 사이의 2남 1녀 가운데 둘째인 이씨는 "부모님의 가르침속에 우리 남매들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했고 한글학교 등을 다니며 한국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다" 고 말했다.

세계 음악계에서 많은 한인들이 높은 역량을 과시하며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베토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초연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카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