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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대한제국, 2018년 대한민국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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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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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 논어등반학교장

   
 

1905년 6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해 두 달 후인 8월경 미 동부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평화회의를 갖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 중간인 7월 중순에 하와이 한인들은 교민대회를 열고 윤병구 목사와 유학생 이승만을 대표로 뽑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한국 독립을 청원하기로 결의했다. 대한민국 초대대통령이 된 당시 이승만은 1904년 밀사로 미국에 가서 1882년 미국과 맺은 조미수호조규에 따른 지원을 얻어내라는 임무를 수행하다 좌절되자 1905년 2월에 조지 워싱턴대에 편입한 직후였다. 그의 나이 30세였다.

교민대회는 청원대표 선출 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일본으로 가기 위해 하와이에 들른 윌리엄 태프트 육군장관의 환영행사 준비였다. 태프트는 한인들의 요청을 받고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소개장을 써주었다. 사실 태프트의 당시 방일 목적은 “일본은 필리핀을 침범하지 않고 미국은 한국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밀약을 맺는 것이었다. 이 밀약은 태프트가 특사 자격으로 7월 29일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와 맺은 각서다. 그 내용은 20년이 지난 1924년에야 미국 역사학자 타일러 덴네트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런데도 태프트는 일본과의 접촉을 앞둔 7월에 하와이 한인 대표에게 소개장을 써주었을 뿐만 아니라 밀약 체결 후인 9월에는 아시아사절단장 자격으로 대한제국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까지 받고 갔다. 이 사절단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고종을 만났는데 앨리스는 “그는 황제다운 존재감은 거의 없었고 애처롭고 둔감한 모습이었다”는 촌평을 남겼다.

도쿄에서 밀약이 체결될 무렵 윤병구와 이승만은 워싱턴에서 만나 청원서 문안을 마지막으로 손본 다음 8월 초 루스벨트가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던 뉴욕주 오이스터 베이로 가서 옥타곤 호텔에 투숙했다. 4일 그들은 대통령 비서관을 만나 태프트가 써준 소개장과 청원서 사본을 들이밀고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다. 그날 저녁 “내일 오전 9시까지 오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갈이 왔다. 5일 별장으로 가 응접실로 안내됐다. 그때 갑자기 대통령이 들어왔다. 당황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소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청원서만 불쑥 내밀었다. 이에 대한 루스벨트의 반응이다.

“나를 찾아주니 기쁘오. 나도 당신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하겠소. 그러나 이 문서는 공식 채널을 통하기 전에는 처리하기가 어렵소. 당신네 공사를 시켜 국무성에 제출하시오.”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지금 와서 보면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 거절이다. 그러나 절박했던 두 사람은 “나도 당신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하겠소”라는 말에 목을 매달았다.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다. 당시 이승만은 공사의 협조만 있으면 일이 성사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공사는 “정부 훈령이 없는 한 곤란하다”며 공사관을 통한 청원서 전달을 거부했다. 이승만은 당시 메모에서 해당 공사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심지어 그 공사의 두 아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지금 네 아버지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네 아버지는 너희들이 누릴 자유를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아버지 때문에 노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113년이 지났다. 당시 대한제국과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의 처지는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도대체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정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12일이 벅찬 기대보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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