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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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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 부국장·사회부장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LA시가 밸리 분리 독립 문제로 난리가 났었다. 한인들도 많이 사는 샌퍼난도 밸리 지역을 LA시 관할에서 떼어내 별도의 시정부를 수립하자는 운동이 주민발의안으로까지 이어졌다. 할리웃 지역도 덩달아 할리웃 시정부를 따로 만들겠다며 숟가락을 얹었다. 그렇게 2002년 11월 선거에서 밸리 분리 발의안 F와 할리웃 분리 발의안 H가 주민 찬반투표에 부쳐졌었다.

밸리 독립론자들의 주장은 이랬다. “LA 카운티 내 88개 자치도시 가운데 밸리보다 크고 인구가 많으며 경제적 잠재력이 큰 곳이 없다. 인구 46만의 롱비치도 135만의 밸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밸리가 LA에 속하게 된 것은 1900년대 초반 시에라마드레 산맥에서 끌어 온 물을 싸게 얻어 쓰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LA시는 너무 비대해졌다. 분리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당시는 2001년 당선된 제임스 한 전 LA 시장의 임기 초기였다. 재임 중 LA시가 두동강 날 위기에 처했으니 제임스 한 시장이 결사적으로 분리 저지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그때 한 시장의 선거공약 중 하나였던 ‘주민의회’(Neighborhood Council) 신설이 적극 부각됐다. 한 시장은 시정 참여에 대한 주민의회 권한 강화를 약속하며 분리주의자들을 달랬다.

결국 주민투표에서 밸리 분리 발의안은 찬성표가 밸리 지역에서만 50%를 약간 넘었을 뿐 시 전체적으로는 33% 정도에 그쳐 부결되고 말았다. 지지율이 더 낮았던 할리웃 분리안도 운명은 마찬가지였다.

이후 LA에서 밸리 지역 분리 독립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말았지만, LA시 경계 내 각 지역에서 주민들의 풀뿌리 시정 참여를 늘리기 위한 주민의회 신설은 착착 진행됐다. 한인타운 지역에서도 이듬해인 2003년 8월 LA시의 76번째 주민의회로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가 공식 출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한인타운 관할 주민의회 분리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 당시 밸리 독립 논란을 연상시킨다. 한인타운 3가를 따라 형성된 방글라데시 커뮤니티가 시정에 대한 자체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하겠다며 자체적인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분리 신설안을 들고 나온 것과, 실제 분리 여부가 지역 주민투표로 판가름 나게 된 점 등이 그렇다.

한인사회에서 뒤늦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한인 단체들이 대거 연대해 분리 저지를 위한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슈의 본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회 분리는 단순히 한인타운이 둘로 쪼개진다는 영역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의회는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개발 계획이나 부지 사용 용도 승인에서부터 관할 구역 내 비즈니스 업소의 영업시간 연장 등에 이르기까지 거주민들과 업주들에게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의 승인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권한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한인타운 주민의회의 절반이 분리되면 그에 해당되는 구역의 주요 결정들에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게 문제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그동안 주민의회에 대한 한인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주변 커뮤니티와의 소통 부재 등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인 단체들에서부터 일반 한인들에 이르기까지 주민의회 자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매우 부족했고, 한인타운의 이웃인 방글라데시 커뮤니티와의 이해 및 소통 노력도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문제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LA 시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 결정 과정, 비즈니스 피해 및 치안 우려 등에 더해서 보다 종합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한인타운에 400여 명의 노숙자들이 있다는데, 많아야 60~70명 수용할 수 있는, 그나마 노숙자들이 외면하면 실제 효용도 없을 임시 셸터는 미봉책이자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인타운 내 노숙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거리가 아닌 안정적인 거주지를 찾아갈 수 있는 근본적 방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인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주민의회 분리와 노숙자 셸터 이슈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대처해야 한다. 더불어 참여와 소통 노력을 더 이상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다시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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