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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38선에 봄소식 반갑다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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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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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 논설위원

   
 

조선반도의 한 허리를 뭉청 잘라 두 토막을 낸 곳, 그래서 동족을 남과 북, 두 나라로 갈라놓은 38군사분계선이라 하면 서슬이 찬 철조망을 가로 놓고 서로 총대와 대포를 마주 겨누고 있는 한낱 삼엄한 지대이다. 하여 그곳은 매년 사시사철 춥고 차가운 '겨울바람'만 부는 줄로만 알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연초부터 매서운 겨울바람을 한옆으로 밀어제치며 훈훈한 봄바람을 몰고 왔던 것이다. 몇 달째 쉼 없이 불어오는 그 따스한 바람은 차츰 뜨거운 열풍으로 번져 조선반도 전체를 뜨겁게 달구더니 드디어 오늘, 그 옛날 정전협정이 있었던 바로 그 판문점에서(남측 평화의집)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리고 북에서는 또 조만간에 미국과도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한다. 실로 꼬리를 물고 날아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오래전부터 뒤틀려진 남북관계를 안타깝게 보아온 필자는 비둘기가 자유롭게 창공을 날듯 저곳에도 평화로운 하늘이 보였으면... 원수가 되어 매일같이 서로 눈에 쌍불만 켜지 말고 한 핏줄인 원래 형제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리를 쭉쭉 펴고 편안한 잠을 자는 그런 날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슴쓰린 실망의 반복으로 늘 머리만 젖게 했다. 물론 그사이 두 번인가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모습도 보이 길래 "혹시 이번에는?..."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 빛은 잠깐, 잠깐 그 당시만 비쳤을 뿐,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마냥 희망보다 더 큰 실망만 따르곤 했었다. 그런 모순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분노가 정점으로 치달으며 너죽고 나죽는 전쟁소리까지도 귀 아프게 들려왔다... 그때마다 어른들께서 "제발 주먹을 휘두르지 말고 말로 하거라!", "네 말만 옳다말고 상대측의 말도 귀담아 들어 보거라!" 하시던 말씀이 귓전에서 맴돌았다. 그 말씀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엄청 큰 정당이나 국가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사리 깊은 명담이 아닐까?! 그것도 동족이 남북으로 갈라진 경우에는!... 필자의 머리에는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던 것이 올해는 달라졌다. 남측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되어 3,8선이 가로놓인 조선반도에는 평화의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남북팀이 하나 되어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는 다정한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어떤 경기종목에서는 두 선수단이 단일팀을 묵기도 했었고 북측에서 고위급 대표단에 이어 방대한 규모의 응원단, 공연단을 보내자 그 보답으로 올림픽이 끝나기 바쁘게 남측에서도 똑같은 대표단들을 보내 북측 사람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분단 70년 만에 남북 정상을 잇는 직통전화가 놓이는가 하면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준비 등으로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녘 땅, 북녘 땅 할 것 없이 전 반도가 흥분으로 들끓는 기꺼운 뉴스들을 만들어냈다.

반가운 소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때 필자는 엄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측을 바라보며 손에 땀을 쥘 때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3월말, 북측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외국 방문지로 중국을 찾았다. 그래서 습근평 주석을 비롯한 우리 당과 국가 지도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다시한번 친선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20일, 북에서는 또 이튿날부터 핵실험 중단,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과 동시에 모든 힘을 다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의 생활수준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선포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뻐꾹새가 울듯 이제 금방 새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소식들이나 아직도 뜨거운 여름이 지나 열매를 수확하는 풍요로운 가을을 맞으려면 남북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먼 것 같다. 그리고 입으로 하는 말들이 속속 실천으로 옮겨져 과연 이 봄에 좋은 씨앗을 옥답에 뿌릴 수 있을지? 또 봄이 지나 여름에는 뜻하지 않던 장마나 홍수가 덮쳐 익어가는 곡식을 해치지는 않을는지? 아직은 모든 것이 그림의 떡처럼 보이고 확실성을 기대하기는 너무나 먼 미지수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다 못해 당장 엉망으로 갈라 터질 것만 같던 38선에 온 세상이 귀 기우려 듣고 있듯이 따사로운 평화의 봄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박수갈채를 보낼 일이다. 그러니 더는 뒷걸음질 치지 말고 또 그 자리에 멈춰서 있지도 말고 그냥 오늘처럼 손에 손을 잡고 실속 있게 한가지 한가지를 성사시키며 더 크고 알찬 꿈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반갑다. 철조망을 녹여주는 38선의 훈훈한 봄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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