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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천국, 오사카의 변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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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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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 도쿄 특파원

   
 

일본에 살면서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운전대를 잡기 전 목적지 근처 주차장을 미리 검색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주차요금까지 확인한 후에야 자동차 키를 든다.

없던 습관이 저절로 생겼을 리 없다. 2년 전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에 갔는데 갓길에 잠깐 차를 세웠다가 1만8000엔(약 17만3000원)짜리 딱지를 떼였다. 이후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유료 주차장을 찾게 됐다. 가격까지 확인하는 건 관광지 에노시마(江ノ島)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한국 돈 4만 원을 주차비로 낸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은 갓길에 주차된 차를 보기 어렵다며 놀라워한다. 하지만 일본이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일본 신문은 불법주차로 소방차 구급차 진입이 어려워 큰일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담당 장관이 “이대로는 모두가 질식할 것”이라고 한탄할 정도였다.

대도시 베드타운은 특히 심각했다. 1990년 한 신문은 ‘주차장 광소곡(狂騷曲)’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아파트 단지 등에서 벌어지는 주차전쟁을 생생히 그렸다. 읽어보니 최근 한국에서 나오는 기사와 비슷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25년 동안 주차 공간은 2배로 늘어난 반면, 차는 7배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도쿄(東京)도 문제였지만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는 ‘불법주차의 천국’으로 불렸다. 인구는 도쿄보다 300만 명이나 적은데 노상주차 건수는 더 많았다. 상인의 도시로 도시 구획이 좁고, 반골 기질이 강해 단속 스티커를 붙인 채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차도 적지 않았다. 무면허로 적발된 소년이 “면허 한 장 있으면 가족이 같이 쓸 수 있지 않나요”라고 말해 경찰을 아연하게 했을 정도로 질서의식이 약했다.

오사카는 1991년 정부가 차고증명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을 때를 맞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오사카 클리어웨이 작전’에 착수했다. 사복경찰을 동원해 단속을 강화했고, 바퀴 고정장치를 도입했다. 상습 위반자는 과감히 체포했다. 주차장 확충에도 힘을 쏟았다. 주차장 설치 의무를 강화했고, 민간 주차장 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줬다. 고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는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홍콩 스타 청룽(成龍)에게 경찰복을 입힌 후 불법주차 차량에 경고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등 기발한 캠페인도 이어졌다.

그렇다고 곧바로 효과가 난 건 아니다. 주차장 증가율이 자동차 증가율보다 높아진 후에도 한동안 불법주차와의 전쟁이 이어졌다. 언제 줄어드나 싶던 노상주차 건수는 10년 넘게 지나자 가장 많던 시기(22만 대)의 절반이 됐다. 정부에서 2006년 민간 업체에 주차 단속 권한을 줄 때 오사카는 다시 총력전에 돌입해 2008년 2만7000대까지 낮췄다. 도쿄의 딱 절반이었다.

불법주차는 특정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다.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도 변화를 실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최근에야 집 근처 소방서 앞 도로 실선 안에 정차하면 안 되는 걸 알게 됐다. 그래도 그동안 규정은 지켰다. 주정차 금지 표시는 따로 없었지만 다른 차들이 세 차로를 모두 칼같이 비워 놓길래 이유가 있겠구나 싶어 자연스레 똑같이 했다.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국민적 공감대가 있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끈질기게 노력한다면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광경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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