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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접근과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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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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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 논설위원

인도, 경제대국 ‘地政學 찬스’
‘간디의 물레’ 극복해야 가능
인도·태평양 경제 흐름 읽어야

   
 

“일본, 중국에 이어 이젠 인도 차례입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가시화하자, 지정학자(地政學者)들은 머지않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며, 잘하면 세계 경제 2위도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몰락했던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일본을 대소(對蘇)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 경제 성장을 의식적으로 후원한 덕분이며,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고 미국을 중국 수출 시장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2조4390억 달러로 세계 6위인데, 구매력 기준(PPP)으론 9조4460억 달러로 이미 세계 3위다. 경제 성장률도 2016년 8%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리고 젊고 풍부한 노동력이 큰 장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총인구는 13억2400만 명(세계 2위)이며, 노동 인구는 5억2040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총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인 중위연령(median age)은 27.6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정학자들과 달리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우선 2017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의 인도 경제성장률은 6.5%가 될 것으로 인도 중앙통계국(CS)이 발표했다. 이 수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가 2014년 5월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이는 2016년 11월 지하경제 근절을 위해 고액권 폐지를 골자로 한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지난해 7월 부가가치세 체계를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던 것이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해외 기업의 제조공장을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한다는 모디 총리의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이 일정 정도의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제조업 혁명’엔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제조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심각한 노동 규제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는, 정치는 영국형 의회 민주주의를 추구했지만, 경제는 ‘마하트마 간디의 물레’ 정신에 입각해 국내 농촌 수요에 의존하는 ‘내포적 공업화’를 추진했다. 간디의 물레는 ‘거대한 물질문명에 맞선 이상주의로 나가기 위한 단계이자 인간의 심성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일부 서구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서 미화됐지만, 인도 공업을 가내공업 수준에 머물게 한 주범이었다. ‘인도 민족자본’은 보호무역주의와 대기업 규제 속에서 성장을 포기한 대가로 보호받으며 생존해 왔던 것이다.

1991년 냉전 체제의 붕괴와 함께 인도도 보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를 버리고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름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호받던 전통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게 되고, 대기업 노동조합의 정치화가 가속함에 따라, 노동개혁을 과감하게 실시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모디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수출주도형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 여건이 만만치 않다. 모디 총리의 정치 기반은 힌두트바(Hindutva)라 불리는 힌두 내셔널리즘을 이념적 정체성으로 하는 인도인민당(BJP)이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잘 알지만, 자칫 자신의 정치 기반이 파괴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인도 경제가 악화된다면, ‘힌두 대 무슬림’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 파키스탄 군사원조 중단을 선언했다. 이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새해 첫 트위트에서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했다”며 “그들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잡으려고 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예고됐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 정도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외정책의 무게중심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대테러 전진기지로서 미국에 중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인도 우선이 노골화하고 있다.

인도가 ‘지정학적 찬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 생산기지를 그냥 중국에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지정학적 흐름에 따른 세계 경제 방향을 제대로 읽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보복 이후 대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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