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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바이 직원에 '담뱃값' 집어준 삼성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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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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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필 / 논설고문

   
 

일본서 미제, 소위 '메이드 인 USA' 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다면 누가 믿을까. 황당하다 못해 사기극이 아닌지 의심을 할 만하겠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근거없는 소문은 결코 아니었다.

1950년대의 일본. 태평양 전쟁 때 미군의 융단폭격으로 산업시설이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수출품이랍시고 만들었다. 값은 쌌으나 물건이 조잡하기 짝이 없었을 터. 미국이 사줘야 입에 풀칠을 할텐데. 하지만 허접스레기 같은 '메이드 인 저팬'을 소비자들이 거들떠 보기나 했겠는가.

루머가 나돈 건 그 무렵. 이곳에서 만들면 미국서 불티나게 팔린다는 얘기가 번졌다. 이곳은 어디? 우사(Usa)다. 지도를 보면 일본 최고의 온천 리조트인 벳푸에 아주 가깝다. 우사를 전부 영어 대문자로 쓰면 'USA.' 그러니 이곳서 만든 제품은 'Made in USA'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원산지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명기하는 것이 원칙. 아무리 '우사'를 강조하고 싶어도 '메이드 인 저팬'이라고 해야 옳다. 오죽 사정이 심각했으면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다. 소니도 미국시장을 뚫기 위해 회사이름을 영어로 바꿨을 정도다. 청소년들을 일컫는 슬랭 '소니(sonny)'를 차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때는 일본뿐 아니라 온세계가 미국만 쳐다보며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싸구려의 대명사격이었던 '메이드 인 저팬'은 20년 뒤 지구촌을 휩쓸다시피 한다. 퀄리티로 승부를 걸어 일제 하면 품질을 먼저 떠올리는 세상이 된 것. 2000년대 들어 '메이드 인 저팬'은 '메이드 인 USA'로 갈아탄다. '우사'의 오랜 꿈이 반세기만에 결실을 봤다고 해야할지.

도요타, 혼다, 니산이 줄줄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생산을 했다. 미국산 부품에,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자동차를 만들어 전체 생산 공정의 70% 이상이 '미제'다. 도요타 캠리가 일제가 아닌 '메이드 인 USA'로 탈바꿈한 것이다. 고급차종인 렉서스도 대부분 미주(캐나다)에서 생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가 없어지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와야 할 처지다.

'메이드 인 코리아'도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른 건 두 말할 나위없다. 미국서 팔리는 현대 기아차도 도요타 처럼 현지제작이어서 정확히 말해 미제다. 특히 미국은 노동생산성이 세계 1위여서 굳이 차를 한국서 만들어 들여올 이유가 없다. 울산에서 차 한 대 만들 시간에 앨라배마 공장에선 두 대가 굴러나온다는데.

최근 LG와 삼성전자 세탁기가 이른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대상에 올라 파장이 일고 있다. 경쟁사인 월풀 등 미국업체가 "두 한국 기업의 무차별 공격으로 우리(미국) 산업이 다 죽게 생겼다"며 정부에 고발한 탓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세탁기는 내년부터 사실상 미제가 된다. 삼성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LG는 테네시에 각각 공장을 세워 여기서 제품을 생산한다. 그래서인지 공청회에 나온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삼성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수천개 일자리가 생겨 삼성이 이뻐 죽겠다는 거다.

미국정부가 월풀의 요구대로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들로부터 혁신제품을 접할 기회를 빼앗는 꼴이 된다. 더구나 삼성과 LG도 조만간 미제가 될텐데 규제가 웬말. "우리 물건을 제발 매장에 진열만이라도 해달라"며 베스트바이 등 소매업체 세일즈맨에게 담뱃값을 쥐어줬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일본의 '우사'를 뛰어넘는 약진을 거듭한 한국의 대기업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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