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 논설위원

오는 30일로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지 10주년을 맞는다. 이날 낮 워싱턴 미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는 위안부 결의안 1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2007년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일등공신인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은 물론, 낸시 펠로시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공화당 소속인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당시 위안부 결의안 초안을 작성한 미 의회 관계자 데니스 핼핀과 시민운동가 민디 코틀러, 마이크 모치쓰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현장에서 땀 흘린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해 당시를 회고할 예정이다.

레인 에번스(1951∼2014·민주·일리노이) 전 하원의원은 ‘고인’임에도 특별 초청됐다. 그는 1999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미 의회 의사록에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긴 뒤 2001년부터 5번에 걸쳐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파킨슨병으로 인해 2006년 말 정계를 은퇴했고,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은 병상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와 말년을 함께 한 워싱턴 정신대대책위 고문인 서옥자 미 컬럼비아칼리지 교수는, 에번스 전 의원의 활동에 대해 “본인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일어서야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소리를 내야 할 의무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 접근해 4전 5기 끝에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 냈다.

서 교수는 에번스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의 흉상을 제작해 한국에 설치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선 이렇게 위안부결의안 10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일 양국 기류는 여전히 불편하다.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거듭 부인하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안보·경제 등 다른 분야와 연계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 달 뒤면 한국엔 광복, 일본엔 패전 72주년이 되는 8·15가 돌아온다. 과거사에 대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일 양국을 보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싸웠던 에번스 전 의원의 숭고한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