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성 / 경제부 부장

기초에 중심을 두고 교과서를 쓰는 마음으로 시작하자고 뜻을 모았던 '시니어 사회복지' 지면 제작이 1년 반을 넘어섰다.

그 동안 우편, 이메일, 팩스, 전화 등을 통해 전달된 질문 내용만도 200여 건이 넘었고, 그 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이민온 한인 시니어들 입장에선 영어의 벽, 문화의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다 보니 밀렸던 질문을 던져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소수계 사회 언론이 어떤 형태로든 감당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지만 시니어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관되게 느끼는 점들이 있어 정리해 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인 시니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저조하다. 딱히 비교 대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65세가 이미 넘었는데도 메디케어와 소셜연금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수차례 보도해서 상당히 알려졌다 싶은 '배우자 연금', '파일 앤 서스펜드', '파트 B 벌금' 등은 한 달에도 2~3번씩 같은 질문을 마주하곤 한다. 한 가지 방법을 권하자면 노트에 신문기사를 오려 모으거나, 관련 정보를 복사해 붙이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는 활용가치가 적다. 정부 담당자를 만날 때도 구두로 하는 질문보다는 발표 내용, 서류 이름,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하면 훨씬 빨리 해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한인 시니어들은 아직 '넷맹'인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 관련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가장 큰 장벽 중에 하나다.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긴 하지만 이를 복지와 은퇴 준비에서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복잡하고 어려우며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글 번역 덕분에 다국어 친화적인 사이트들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사회보장국과 메디케어 관리당국도 자체 사이트를 번역해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상태다.

세 번째로 소셜연금과 메디케어 관련해 '적극적인 질문과 해결 노력'이 부족하다. 인근 커뮤니티인 베트남과 필리핀, 라틴계 커뮤니티는 훨씬 적극적이다. 오죽했으면 미용실과 스파에도 유권자 등록 서류가 항상 구비되어 있겠는가. 한인 시니어들은 전문가들을 만나기 힘들고, 약속을 해 기다리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기회가 더 오기 마련이다. 끈질기게 요구하고 주장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20~40대 자녀들이나 2세들에게도 도움을 자주 요청했으면 좋겠다. 물론 가족 내 여러 관계들을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가끔 보면 뻔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녀들이 있으면서도 아주 단순한 내용의 질문과 요청을 해오는 시니어들이 있다. 일부는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녀들인데도 부모들은 소셜연금 신청 방법 조차 몰라서 헤메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 되면 자녀들이 먼저 나서서 돕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선배, 이웃, 공무원, 보험 에이전트 등 어떤 사람이든지 편한 마음으로 물어볼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 20여 년 전 개그맨 전유성이 컴퓨터 배우는 방식으로 제시한 유명한(?) 명언이 있다. 그는 "아무 때나 전화해서 물어볼 사람 3명만 있으면 컴맹 탈출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지 않은 나라에서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온당히 의무를 다했다면 권리를 찾고 주장하는 것은 떳떳한 일이다. 동시에 그만큼 정보로 무장해야 하며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