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논설실장

과식은 몸에 좋지 않다, 소식해야 한다,는 말은 숱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소식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담배를 끊지 못할까. 마찬가지로 몸에 밴 습관을 바꾸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생활습관에 몸이 적응하고, 몸은 반복되는 습관을 원하기 때문에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습관을 바꾸지 못한다.

하루 열 개피를 피우는 흡연자가 차근차근 담배를 줄여 끊어보겠다며 9개피, 8개피, 7개피로 줄여나간다고 생각해보자. 그 과정에 니코틴을 원하는 몸은 얼마나 저항을 하겠는가. 니코틴을 달라는 몸과, 끊어야 하겠다는 의지가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 저항을 물리치고 마침내 0개피에 다다르고, 몸이 니코틴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면 금연은 성공한다.

변화는 변곡점, 임계점을 통과한 결과다.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의 점인 변곡점(變曲占),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 임계점(臨界占). 한강을 눈앞에서 보면 직선의 물줄기로 보여도 지도로 살피면 수많은 변곡점을 거치며 흘러가고 있음을 안다.

모든 습관이 그렇다. 바꾸고자 한다면 반드시 변곡점, 임계점을 통과해야 한다. 그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임계저항'은 갈수록 거세진다. 그것을 이겨내야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적인 인생이란 대개 삶을 관통하면서 임계저항을 이겨낸 투쟁의 기록이다.

역사도 강줄기 같아서 눈앞의 세상은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길게 보면 숱한 변곡점을 거치면서 발전과 퇴행을 거듭한다. 해방 후 70여 년의 강줄기를 항해해온 대한민국호는 지금 변곡점에 다달았다. 그간 작은 변곡점들을 관통해 왔지만 지금 맞이하고 있는 역사의 순간은 70년 물줄기를 바꿀 거대한 변곡점이요, 나라의 '구조와 성질이 달라지는' 임계점임을 느낀다. 어쩌면 강물을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서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70년을 지탱해온 이념·사상·제도·관습이 임계점에서 격렬한 저항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임계저항은 큰 물줄기의 굽이침을 막을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는 대한민국호는 새로운 선장을 구하고 있다.

고요한 강줄기를 운항하는 나룻배 선장이 필요할까, 격한 파고를 이겨내며 망망대해를 도도하게 운항하는 원양어선의 선장이 요구될까. 지금 대한민국호는 멀리 보고 키를 잡을 선장이 절실히 필요한 역사의 분기점에 있다.

거친 망망대해, 커다란 변곡점에 다다른 대한민국호를 운항할 선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많을 것이다. 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남북화해와 분단극복의 의지를 꼽겠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적폐청산,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친다. 그렇다면 찢어진 곳 꿰매는 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될까. 어림없는 일이다.

남북분단이라는 뿌리를 잘라내지 않는 한 거기서 자라나는 적폐의 싹은 온갖 이종교배를 통해 대한민국호의 엔진을 꺼트리고 좌초시킬 것이다.

'통일=종북'이라는 비이성적인 임계저항은 이제 깨어난 시민들에게 조종(弔鐘)을 들려주고 있다. 대한민국 민심의 흐름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응집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이 답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는 더욱 분명하게 어떤 선장이고자 함을 고해야 한다. 남북통일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통일 대통령'을 선언하는 자들이 차기, 차차기 대통령을 이어갈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