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
중국 해커 롯데 홈페이지 공격
야권은 사드 추진 정부만 성토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그제 의회에 제출한 무역정책 연례보고서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최대 무역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과의 무역 적자가 두 배로 급증했다”며 “무역협정에 대한 접근법을 심각하게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했다. 한·미 FTA를 사실상 재협상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분석을 낳는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제품인 인동(인·구리 합금)에 대해 예비판정의 2배가 넘는 8.43%의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을 내렸다.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첫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이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드 배치 주요 당사자인 미국에는 아무 말 못하고 한국에 대해서만 치졸한 보복전을 벌이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집중 피해를 입고 있다. 사드 부지 계약 체결 후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가 다운된 데 이어 어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와 인터넷·모바일 스토어가 일시 마비됐다. 중국 측 해킹 공격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롯데 유통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섰고, 롯데 계열사 사탕제품까지 통관을 불허하고 소각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내부적으로 골병들게 만들 카드를 총동원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드 갈등은 외교·안보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외교차관급 회담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확인한 데 이어 왕이 외교부장이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중 우호관계를 재확인했다. 사드 배치 원인 제공자인 북한을 러시아와 한데 묶어 사드 반대 3각 연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군 예비역 소장 뤄위안은 환구시보 기고문에서 사드 진지에 ‘외과수술식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침해한 국가나 집단은 반드시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런 판국에 우리 정치권은 미국의 통상 압박이나 중국의 보복조치에 뾰족한 대응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사드 배치만 걸고넘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가 “국회비준 사항”이라며 여야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러니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흔드는 게 아닌가. 지금은 사드 배치에 딴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니다. 정치권은 백척간두의 안보 상황을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