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 문회일보 논설위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몇달째 개각을 조물락조물락하다가 마지못해 하더니, 또 용산 참사로 휘청거리고 있다. 또! 서울시청 출신 집사를 국가정보원 수장에, 도시 행정전문가를 국가최고정보기관의 총사령관으로 기용하는 인사 정책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용산 참사에 독재정권으로 몰리고 있다. 하려면 제대로, 무리없이 해야 할 것 아닌가? 제대로!

대통령 이명박을 꾹꾹 소리나도록 찍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국민은 기대 → 실망 → 분노 → 절망의 단계를 넘어 지금 이명박 정권만 떠올리면 가슴이 쿵쿵 무너지는 울렁증 환자가 돼가고 있다. ‘오만한 무능력’, 이것이 국정난맥을 관통하는 본원적인 원인이다. 누가 뭐라해도 내 길을 가고야 말겠다는 오만함, 준비도 없이 그 옛날 막연한 권위주의의 환상에 빠져 전봇대 뽑기, ‘아뤠~인지’식의 찰나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능력. 그 오만한 무능력이 합병증이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이명박의 180도 자기 전환과 지리멸렬·오합지졸 집권 한나라당의 새 출발이 없다면 첫째, 이명박 정권은 성공한 정권이 되기 힘들고 둘째, 한나라당은 ‘동반 궤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자명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 이명박의 변신은 무망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계산을 더 해 볼 필요도 없다. 정치인을 절대 중용하지 않는 탈여의도 정신과 모르는 사람은 절대 기용하지 않는 측근 기용의 원칙이 이번 개각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내식대로 간다. 대통령 이명박은 노무현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듯이, 방법만 달리하고 있을 뿐 한나라당을 이미 당선되는 순간 마음 속에서 버렸다. 그게 탈여의도. 한나라당은 그걸 모르고 이번 개각 때도 장관 한자리 차지하려고 김칫국 마시며 안달들을 했다. 혹시나 해서. 어땠는가? 버려버린 것이다. ‘콩쥐 신세’. 대통령 이명박은 한나라당을 국회에서 법안이나 처리하는 통법당이나 청와대 2중대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관계가 그랬듯이 질질 끌려다니면 기다리고 있는 답은 동반 몰락일 수밖에. 4월 재·보선 → 10월 재·보선 → 내년 5월 지방선거 → 2012년 총선으로 이어지는 모든 선거에서 연패하다가 속절없이 2013년 정권을 좌파에 물려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나라당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그러면 한나라당은? 첫째, 한나라당은 지금부터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 대통령 덕이나 보며 한자리하려는 음흉한 자리욕을 모두 버리고 자립 정당의 각자도생 방식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 이명박이 5년 임기 마치고 떠나면 남는 건 한나라당 뿐, 바로 지금 독립채산제로 과감히, 민주당보다 더 야멸차게 청와대의 독선적 오만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실상의 야당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5년 단명의 우파정권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밉지만 한나라당은 그래도? 그런 소리가 민심 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게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동반 생존의 길로 보인다. 당 대표 박희태? 그나마 명예를 찾는 길이 무엇인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지금 결단할 때다. 재·보궐선거 출마로 또다른 돌파구를 찾는다? 정치를 너무 희화화하지 말아야. 원내대표 홍준표, 역부족이면 사표 던지고 백의종군 해야 하는 것. 172석의 거여를 식물 정당으로 만든 책임이 청와대는 물론이지만 ‘박희태·홍준표 체제’에 있다. 차별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새 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둘째, 한나라당 내에서 정치판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풍운동’을 거대하게 추동할 수 있는 일단의 세력이 빨리 나와야 한다. ‘포스트 이명박 세력’이 지금부터 본격 나서서 대안세력 역할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난세의 영웅이 한나라당에서 나와야겠다. 권력은 쟁취해야 하는 것, 당이 다 망한 뒤 손 들고 나오는 기회주의자들에게 기회가? 한나라당은 지금 ‘열린한나라당’인 것이다. 동반 몰락, 그 비극의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