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정부에서 강경 이민정책이 시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류미비자 1100만 명 추방'을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승리 이후 추방규모 300만 명선으로 후퇴했지만 강경 정책 시행 우려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이민정책이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국정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유용한 방편으로, 시간적으로 여론 수렴과 정책 조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시행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차기 행정부의 이민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인사들의 강경파 성향이다. 차기 연방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제프 세션스 연방상원의원은 그동안 의회에서 이민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서류미비자 단속과 대량 추방은 물론 합법 이민에 대해서도 엄격한 조사를 주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공화당에서 강경 이민정책을 이끈 크리스 코바크도 트럼프 당선인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측근으로 꼽힌다. 코바크는 국경 경비와 국제 테러, 이민정책에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정책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에 답해야 한다. 지난 19일 극우의 이론가로 불리는 리처드 스펜서는 50년간 계속된 비유럽계 이민정책에 대한 모라토리엄 시행을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극단적 이민정책 요구와 분명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평범한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은 퍼져나가고 있다. 이민 관련 절차를 끝내려는 신청자들은 수수료를 더 주고도 급행서비스를 택하고 있다. 차기 행정부 출범 이전에 영주권을 받으려는 것이다. 영주권 갱신과 시민권 신청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소문도 있다. 모두 불안감의 반영이다. 이민의 국가에서 이민자의 동요는 사회불안으로 연결된다. 차기 행정부 출범도 전에 나타나는 불안감에 대해 당선인은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