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희 / 교육행정학 박사

지난 주 칼럼에서 모자이크 나라인 미국의 가장 어두운 면인 인종차별(Racism)과 관련하여 ‘에모리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인종차별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다수(majority)가 소수(minority)에게’, 혹은 ‘소수가 소수에게’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 이민 1세대는 유교사상에 젖어 그냥 참고 침묵하는 선비 문화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약소민족의 처신주의에 길들여진 특성이 어우러져 미국 이민 생활에서도 그런 성품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한국인에 대한 어떤 인종차별적 문제에도 침묵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좋은 풍토를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잘 찾고 있는 것 같다. 몇해 전에 플로리다의 어느 식당에서 흑인 손님에게 계산서에다 팁을 포함시켜서 인종차별로 고소 당했다. 예를 들면, 10달러의 음식값에 1.5달러를 계산서에 넣어서 11.5달러를 받으려고 하다가 몇 억을 잃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1센트에도 인종차별적 행위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그 손님의 의지와 흑인사회의 공통된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가?

흑인 입장에서는 다른 손님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는데 자신에게만 팁을 계산서에 넣었으니 차별은 차별이다. 그러나 한국인 식당에서 그 흑인이 팁을 안 주기로 이미 잘 알려져서 그때 한 번 그 손님의 의사와 관계없이 몇 푼 안되는 팁을 계산하여 청구했다. 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눈치보지 않고 내가 기분이 안좋다, 혹은 서비스나 음식이 맛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1센트’(1 penny) 도 팁으로 줄 필요가 없고, 아무도 불평할 수 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슷한 인종차별적 불평등의 법룰들은 과거에 아주 많았고 흑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싸워왔다. 흑인들은 이런 사소한 ‘페니 팁’ 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한국인은 참는 문화다. 불평을 하면 양반답지 못하다며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런 유교 문화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참는게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특히 미국에서는 학식이 있거나 없거나, 교육을 받았거나 안 받았거나,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마음 편하게 작은 비지니스(small business), 소위 ‘장사’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한국인일 수 밖에 없으며 우리 다음 세대는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직장생활을 해야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게 모자이크화된 미국사회에서 다른 인종과 같이 잘 살아가도록 흑인사회 같이 한국사회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세대가 직장에서 ‘그들의 공간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기초를 잘 다져놓아야한다.

한국 영사관을 비롯해 한인회, 체육회, 평통 등 많은 한인기관과 단체들이 있다. 몇 천달러의 장학금 행사도 중요하지만 지금도 북미 대륙 기업의 직장 구석에서 인종차별적 부당함을 참고 침묵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많은 1세대, 2세대가 있을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밥’을 다시 음미해본다.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댓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부끄러워한다…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기도한다. 밥 한그릇에/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