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화 /재일조선족 유학생

일본에 있는 조선족인구는 통계가 되어있지 않다. 현재 한국의 경우 조선족만 따로 통계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에 있는 조선족은 보이지 않는 집단으로 불린다.

이것은 많은 나라에서 외국인을 통계함에 있어 여권에 있는 국적란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자료에 조선족을 별도로 통계했다는 것은 오히려 특수한 상황인 것이다.

허나 공식적인 통계수자는 없지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인구는 현재 약 7～8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박광성 2009 정부연구팀 통계조사를 참조로 추정). 이것은 2011년 동일본 지진이후 귀국한 중국인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추정되는 숫자이다. 줄곧 증가 추세를 보이던 일본체류 중국인이 지진직후 2011년 통계에서 1만 2천명이 줄었으며 이러한 체류인구의 하강추세는 2013년까지 지속되었다. 지진후 약 2만 5천명이 줄어들었던 체류중국인은 2014에서야 다시 상승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의 상황으로 보아 조선족의 인구도 감소시기와 입국정체시기를 거친 현재는 2009년의 인구통계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재류외국인중 중국국적인구가 2007년 65만 명을 돌파하여 여태껏 줄곧 1위를 지켜왔던 한국/조선 국적 인구를 초과하게 됨으로써 일본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중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체류중국인이 증가하는 사회적배경하에 일본의 3대 신문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에서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재일화인(在日華人)’이라는 특집을 만들기도 했다. 조선족의 이야기도 “조선족 아시아를 연결하려 하다-제10부 “고동조류”(朝鮮族アジア結びたい─第10部〈鼓動潮流〉)》 라는 시리즈의 한편으로 거론된바가 있다(김화분, 2016).

그럼 일본의 조선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1972년 중일국교정상화와 1978년 중일평화우호조약을 맺은 이듬해인 1979년부터 중국은 일본에 연수생의 이름으로 국비 유학생을 파견하였다. 주로는 이공학 전공의 4년제 학생과 교원을 중심으로 중국 국내에서 1년간의 예비교육을 진행 후 일본에 파견하였다. 당시 주요한 선발기준의 하나가 일본어 시험이었는데 일본어 교육을 유지해왔던 중국 동북지역출신자 특히 조선족의 일본어성적은 매우 높았다고 한다(2013년 당사자 인터뷰).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중국으로부터 일본에 국비로 파견된 인원수는 1,972명에 달하였다고 한다(白圡悟, 2006).　조선족의 최초 일본입국은 중국의 국비파견의 초기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자료가 있는 가장 빠른 일본입국은 1983년(조봉빈 2003)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 이것보다 더 빠른 시기에 입국한 조선족이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1984년 일본의 ‘유학생 수용 10만인 계획’의 실행으로 중국에서는 상하이시와 푸젠성의 사비유학생이 일본입국을 하게 된다. 같은 해 10월에는 취학생수속이 간소화 되어 일본어학교의 입학생 입국률이 증가하였는데 특히 중국인 입학생의 증가는 현저하여 1983년에 160명이던 학생수가 1988년에는 28,256명으로 늘어났다(田中宏, 1995).

사비유학생이라고 하지만 제한된 주요도시의 지식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후 1986년 실행된 중국의 ‘중화인민공화국공민출경관리법’에 의하여 비로소 특정지역이 아닌 전국의 일반국민이 개인적으로 외국에 갈수 있게 됨으로써 국비유학생에 제한되었던 출국의 문이 법적으로 전국의 사비유학 희망생한테도 열리게 되었다.

겉으로는 중국인의 출국과 일본입국 양쪽의 문이 열린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일본 입국 자료준비 특히 일본인 보증인을 필요한 것은 사비유학길 앞에 높은 문턱이었다. 엄격해졌다 완화되었다 하는 비 확정적인 일본유입정책의 장단에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돈 내고 보증인을 부탁하거나 일본 체류시 잔고증명서 제출하는 등 여러가지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일본으로의 조선족의 이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1996년 12월, 일본입국수속에서 가장 골칫거리였던 보증인제도가 폐지되어 일본수속이 대폭적으로 간소화되고 수속하는 사람들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 조선족은 이 시기를 전환점으로 일본에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대규모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때로부터 일본행을 희망하는 조선족은 일본에 있는 친척, 지인 등 조선족 자신의 내부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일본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권향숙, 2011).

한편 내부네트워크의 개방은 많은 일본 유학 수속 브로커를 창출했다. 거액의 수속비를 지불하기 위하여 빚을 지고 입국하는 사람들이 허다하였다. 그리하여 입국한 후의 가장 급선무는 일자리 찾기였다.

주로 입학생/유학생으로 체류하는 조선족은 일본의 저출산으로 인한 대학교 정원미달을 채워줌과 동시에 아르바이트의 형식으로 음식점 등 서비스업의 노동력 역할을 하게 된다. 브로커의 수속비와 일본에서의 학비에 기본적인 생활비를 합치면 당시의 중국 연간수입의 10배가 되는 액수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선족을 포함한 ‘가난한 곳 출신’의 유학생들한테는 학비를 스스로 벌면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또한 본인만 노력하면 외화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일본유학의 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미국의 IT버블에 자극을 받고 ‘출입국관리기보계획(제2차)’이라는 고급인재 유치의 일환으로 IT기술자를 해외로부터 직접 유입하게 된다. 이것은 일본에 입국함과 동시에 직접 회사원이 되는 것이므로 경제적인 면에서 유학생보다 우월한 상황이다. 집단플레이를 중시하는 일본기업의 기업풍으로부터 IT관련의 기술지식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어 이해능력으로 비롯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엄격히 요구되었다. 기술력과 일본어능력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조선족은 여러 IT중계회사의 쟁탈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후의 많은 중계회사에서는 아예 일본어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에게 출국전 일정기간의 기초적인 IT관련학습기간을 습득시키고 출국하게 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일본에 입국하는 주요방식은 학생신분 또는 IT기술 신분 및 이에 비춘 가족체제 신분이다.

조선족의 대규모 일본입국이 시작된 80년대 후반기로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류학’(2010년 ‘입학’체류자격이 ‘유학’체류자격으로 통일화됨),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투자경영’, ‘연구’, ‘교수’, ‘영주’, ‘귀화’로 조선족의 현재 일본체류자격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는 일본을 발판으로 미국, 유럽, 한국 등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로부터 일본에 오는 사람, 일본을 기점으로 세계적으로 비지니스, 연구의 장을 넘나들고 있는 조선족도 적지 않게 나타하고 있다.

이동이 조선족한테 약이냐 독이냐를 논하기는 복잡한 문제이다. 하지만 “액체근대”(G.Bauman, 2000), ‘국제이민의 시대’(S.Castles＆M.J.Miller, 2007)라고 불리울 정도로 국경을 넘나드는 인구이동 현상은 이미 현대사회의 하나의 큰 특징이다. 여러 이동의 장을 어느새 앞장서서 체험하고 있는 조선족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나아가서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실천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