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행복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정확하게 '이것이 행복이다' 같은 합치된 정의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이렇게 하면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는 경험, 이론, 감정 등을 통해 언어적 동의를 구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행복이란 각각의 사람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라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富 )나 명예, 권력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또 학문의 성취나 건강한 삶, 운동이나 여행 등의 취미생활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비록 이것들이 꼭 행복의 본질은 아닐지라도 사회통념상 만인들이 추구하는 전형적인 행복의 모습이다.

2015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984를 얻어 158개 조사국 가운데 47위를 차지했다. 2013년 조사 때의 41위보다 6계단이나 밀리면서 대만과 일본에 뒤졌다. 스위스가 1위, 아이슬랜드가 2위, 덴마크가 3위로 유럽 국가들이 상위를 석권한 반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미국은 7.119점을 획득하여 15위를 차지하면서 멕시코보다 한 단계 아래였다.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이 지수는 국민총생산(GDP) 등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삶의 만족도, 살고 있는 생활의 질 등을 반영한 것으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신뢰성은 지녔다고 볼 수 있으나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행복과 관련한 재미있는 또 다른 통계도 있다.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을 조사한 것이다. 여기는 의외로 부탄이 세계 제1의 행복 국이다. 부탄은 히말라야 기슭에 자리한 인구 70만의 소국인데다 국민소득은 2000불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빈국 중 하나다. 이 나라는 90년대 들어 TV가 보급될 정도로 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여행이나 여가, 취미생활 등이 별로 없이 그냥 일만 하면서 살므로 행복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무엇이 부탄 국민 모두를 행복감에 넘치도록 자극하고 있을까? 좋은 자연환경과 믿음직한 국가정책, 평안한 삶, 물질에 대한 무욕, 비슷한 수준의 이웃 등이 그들을 상대적으로 행복감에 젖어들게 하는 것일까?

아무튼 부국(富國)과 국민행복은 일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헬조선'이란 말은 2010년도 1월에 등장한 대한민국 인터넷 신조어다. 지옥 같은 한국, 즉 지옥처럼 한번 빠지면 전혀 회생의 가망성이 없고 한번 흙수저면 영원히 흙수저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2030세대가 지어낸 냉소어(冷笑語)다. 부모형제, 스승의 요구대로 열심히 과외하고, 어학연수 가고 적성에 맞지 않는 자격증으로 스펙을 잔뜩 부풀려 허파에 바람만 가득하지 않느냐고? 결국 고학력 반풍수에 실업률만 보태주는 '99% 개.돼지' 같은 인민대중들로 낙인찍혀 소망을 버린 지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집단성 항변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의 2030세대는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나 추구 열기가 없다. 기성세대가 가졌던 '잘 살아 보자'는 행복에 대한 열망이나 거룩한 땀과 눈물들에 대한 비웃음과 비판만 가득하다. 경제대국 소리를 듣는 오늘날 한국이 기성세대의 꿈과 땀이 이룬 결과라면 꿈과 땀, 행복에 대한 기대조차 저버린 후세대의 한국 모습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성경은 인간 행복의 원천을 관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한 예가 에덴동산 이야기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을 누렸다. 물론 그 행복의 기원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또 다른 욕망에 젖어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 먹었으므로 하나님과 관계가 깨어졌고 에덴에서 쫓겨나면서 중단 없는 인간의 행복 사냥은 온갖 불의한 형태로 진화 발전되어 오고 있다.

헬조선은 더 이상 기성세대의 꼭두각시로 살지 않겠다는 2030세대의 자유선언문 같은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 저들의 무망함을 탓하고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이해하고 위로하며 섬세한 노력을 다해 관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이 길이 세대 간의 갈등을 일거에 치유하고 '헬(Hell)조선'이 아닌 '헤븐(Heaven)조선'으로 승화시키는 성경적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