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한 강종헌(65)씨가 국가로부터 10억원대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강씨가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한 것에 대해 재판 비용 등을 포함, "총 10억76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강씨는 1975년 12월 2일부터 1988년 12월 21일까지 4769일간 구금을 당했음이 명백하고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록에 나타난 구금의 종류와 기간, 해당 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 손상 등을 종합해 보면 형사보상법이 정한 최대금액인 1일당 22만32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며 "형사보상금을 10억6440여만원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형사보상법은 1일당 보상금 하한을 보상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무죄 확정판결이 내려진 2015년)의 최저임금액으로, 상한은 최저임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씨에 대한 1일당 보상금은 2015년 당시 최저임금액인 4만4640원의 5배에 달하는 22만3200원으로 산정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재판에 소요된 비용 1200여만원도 보상하도록 결정했다.

재일동포인 강씨는 1975년 서울대 의대 재학 중 북한 공작지도원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한 뒤 기밀을 탐지해 보고했다는 혐의 등으로 보안사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이후 간첩 혐의로 기소돼 사형 선고를 받았고 1977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다 강씨는 1982년 무기징역으로, 1984년 징역 20년으로 감형됐다가 1988년 12월 가석방됐다.

강씨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 결정을 내리자 2010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 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수사를 담당한 것으로서 관련 법령을 위반한 불법수사에 해당한다"며 "보안사 수사관들이 수집한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 2013년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무죄를 확정했고, 강씨는 같은 해 10월 형사보상금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