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7일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일부 서점에선 품절 사태를 맞고 있다.

봄날의 훈풍에도 얼어붙었던 서점가를 ‘한강’이 흐르며 녹였다.

한국의 중견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거머쥐었다는 런던발(發) 궁극의 낭보가 9000km 떨어진 한국의 새벽을 깨운 17일 이후, 소설가 한강(46)의 책이 일부 책방에서 동나고, 온라인 서점에선 ‘1분에 10권씩’ 팔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18일 주요 온라인 서점들이 밝힌 ‘채식주의자’(창작과비평사 펴냄, 2007) 판매고는 전날 오전부터 이날 정오까지 4만권을 넘어섰다. 예스24(1만4000권), 인터파크도서(9500권), 교보문고(9200권), 알라딘(8100권) 등 모든 온라인 서점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채식주의자’는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상 후보로 거론된 3월부터 총 판매량이 2만권 수준이었는데, 하루 반나절 만에 두 달 판매량의 두 배를 기록한 것. 특히 ‘채식주의자’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17일 오전 중 매진되자 서둘러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로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의 ‘채식주의자’ 판매량도 이날 1400권을 기록했다.

창작과비평사는 17일 증쇄를 즉시 결정하고 5만부를 더 찍어내는 중이다. 창비 관계자는 “17일부터 인쇄소가 철야작업에 들어갔으며, 20일께 주문량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창비는 장편 ‘소년이 온다’(창작과비평사 펴냄, 2014)의 추가인쇄량은 2만부로 결정했다.

장편 ‘소년이 온다’와 최근 예약판매에 들어간 한강의 새 소설 ‘흰’(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 펴냄, 2016)까지 합치면 한강 소설의 판매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오후 2시 현재 ‘채식주의자’는 전(全)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서점별로 순위의 변화는 엿보이나 장편 ‘소년이 온다’와 ‘흰’이 모두 10위권에 진입한 사례까지 나왔다. 10년에 걸쳐 출간된 작가 한 명의 각기 다른 소설 3권이 모두 초미의 관심사인 셈이다.

한강 신작소설 ‘흰’은 맨부커상 수상 후 한강의 첫 소설이어서 예약판매임에도 온라인서점의 문전성시를 견인중이다. ‘흰빛’을 지닌 사물들에 얽힌, 연작 시편이자 소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흰’에 대해 “어떤 독자는 시(詩)처럼 느끼겠지만 난 소설로 분류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2014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 머무르며 쓴 한 도시의 이야기이자 기억에 대한 이야기,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난다 대표 김민정 시인은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고려해, 소설책 초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만부를 찍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작년 문단에 표절사태가 벌어진 이후로 한국문학이 침체돼 있었는데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새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영 예스24 도서팀장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효과는 한국 소설계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