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SF 총국 편집팀장 직무대행

# 5월이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달이다. 이달에는 뜻깊은 날이 많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우리가 잘 아는 날들이다. 이외에도 입양의 날, 성년의 날, 세계인의 날, 부부의 날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가정의 달로 정했나보다.

가정에는 보통 가족이 모여 산다. 부모·자식·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진 구성원이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가 가장 기본이다. 사회학적으로 가족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성적 욕구 충족, 자녀 출산, 자녀 양육과 사회화, 새로운 가족 구성원에게 사회적 신분 부여,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호와 안전을 위한 기능 외에도 경제적·종교적 기능, 사랑과 애정을 공급하는 정서적 기능을 들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정의도 학자마다 조금 다르다. 성과 혈연의 공동체, 거주 공동체, 운명 공동체, 애정 결합체, 가계 공동체 등으로 나눈다. 그러나 복잡한 학문적 이론을 떠나 가족은 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단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지난 3월부터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인 셈이다. 나이 들어 하숙 생활하는 게 어색하다. 홀로 식당에 들어가 게걸스럽게 한끼를 해결하고 나면 잠시 두리번거린다. 어디로 가지? 내가 갈 곳은 어디지? 친구를 만나고 지인을 만나도 결국은 나 혼자 남아야 한다는 상황이 허허벌판에 떨어진 느낌이다.

강대환 시인의 '가족'이라는 시를 읽고 있으면 가슴은 더 먹먹해진다. "사랑의 울타리 만들어/거센 비바람 몸소 막아내고/행복의 꽃 찬란하게 피어있는 곳/까르르 까르르/꽃들이 웃는다/이토록 세상살이 힘들다 말들 해도/층층돌담 가시 밭길 맨발로 가도/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행복합니다…평생을 어루만질 나의 가족들/그리울 땐/한달음에 달려가 끌어안을/가족이 있어 행복합니다"

# 마더 테레사는 "사랑은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퀴리부인은 "가족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이다"는 말을 남겼다. 페스탈로치는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고 갈파했다.

김수영 시인은 '나의 가족'이라는 제목의 시 후반부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서/그래도 조금이나마 부자연한 곳이 없는/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죄없는 말을 주고받는/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나의 위대한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이것이 사랑이냐/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 그러나 세상살이가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과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가족,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수형자 가족, 탈북 종업원 가족, 이산 가족과 같은 슬픔과 한이 맺힌 가족도 주변에는 많다. 이들에게 가족은 눈물이고 후회다. 직장이나 종교단체에서도 '가족같은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사랑과 배려보다는 질시와 냉랭함을 더 깊게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편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기도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다. 5월 가정의 달이다. 이 눈부신 계절에 내 '가족'과 내가 속한 '가족 같은 공동체'를 생각해보자. 가족에게 해야 할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 내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은 무엇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