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옥 / 논설위원

차이나머니의 한국 `안방` 상륙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05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시작으로 게임·정보기술(IT)·콘텐츠·헬스케어·반도체·금융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인 대공습이 진행 중이다. 카카오, 아가방컴퍼니, CJ넷마블, 키이스트, 영화사 `뉴(New)`, 제주반도체, 아이넷스쿨, 에머슨퍼시픽 등은 이미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 혹은 주요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끼리 `황화론(Yellow Peril)` 운운할 일은 아니지만 중화주의에 기초한 국가자본주의의 패권적 속성을 감안할 때 일말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없을 수 없다.

중국 안방보험이 6일 한국알리안츠생명 인수자로 결정되면서 중국 자본 경계령은 극에 달한 인상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재매각 사례 등에서 기술·인력 탈취 논란이 제기됐고, 중국 자본이 점령한 게임·콘텐츠 분야에서 `재주는 한국 기업이 넘고, 돈은 중국 업체가 가져간다`는 등의 지적이 비등한 것도 차이나머니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북돋우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중국 자본은 오너나 자금출처 등이 대체로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다. 안방보험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력 매체들조차 "국내외적으로 실체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2004년 저장성에서 소규모 자동차 보험회사로 시작한 안방보험이 불과 10여 년 만에 중국 내 5위권, 전 세계 10위권의 대형 보험회사로 급성장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 기간 안방보험 자기자본은 5억 위안에서 619억 위안으로 120배 폭증했다. 2014년 말 갑자기 31개의 새로운 법인들이 주주로 등장한 것도 의문점이다. 이들 모두 정체가 불분명하고 소유 구조가 복잡하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중국 최고 명문가인 덩샤오핑의 외손녀가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회장의 부인이었던 점, 천샤오루 사장은 중국 혁명원로 천이의 막내아들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치권과의 연관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우샤오후이 회장 자체가 일단 해외 언론은 물론 중국 국내 언론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다 안방보험 역시 비공개 기업이라 자산과 매출, 순이익과 인수·합병(M&A) 자금 조달 방식이 일절 공개되지 않는 점도 불투명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1조1300억원에 인수했던 안방보험이 자산 16조6510억원의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사들이면 일약 국내 5위 생명보험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중국 자본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은 불필요하지만 어떤 성격의 자금이 어떻게 유입되느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