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미국은 이민자로 이루어진 다인종 사회다. 우리가 다인종 사회에서 살고 있다. 각기 다른 문화권의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 질서유지를 위해서 규칙을 만들었다. 그것이 법이다. 미국의 법률은 수정법이다. 한번 만들어 놓고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계속해서 고쳐나간다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는 곳이 의회다.

◆ 정치는 우리 생활의 전부
의회는 국민투표에 의해서 선출되는 선출직 정치인들로 구성한다. 선출된 정치인들은 사회, 경제, 문화…등 모든 방면의 법을 제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535명의 미 연방의회 의원들은 그래서 20여개의 상임위에 배정되어 (입법)활동을 하고 있다. 의원들은 스스로 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기도 하고 제출된 법안에 찬·반의 의견을 내서 법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모든 일들이 이렇게 제정되는 법의 저촉을 받는다. 문화, 예술, 경제, 교육, 산업, 외교, 국방, 어떤 분야도 의회의 저촉을 받지 않는 곳이 없다.

인간의 삶에 관계되는 모든 것이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제는 시민의 종교마저도 갈수록 정치적인 제약을 많이 받게 되었다. 자, 이렇다면 이 사회에 정치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참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이다. 이것은 다인종 사회에서 소수인종인 우리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나는 경제에만 관심이 있지…, 정치엔 관심이 없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로 현실 사회를, 또 이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씀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마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치인들은 위선자이고, 거짓말을 밥 먹 듯하고, 권력투쟁만 한다’고 열을 올리면서 그래서 정치인에 관해서는 생각하는 것조차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은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은 스스로 깨끗함을 수호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참 많다. 일반 사회생활에서, 특히 교회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분들이 더욱 더 그렇다. 우리 주변엔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면서 정치참여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정말로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정치권 불신, 그 결과는?
미국. 정말로 큰 나라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미국의 사회를 이만큼 질서 있게 유지시키는 그 기본 틀이 법이고 그 법을 유지시키는 것이 정치다. 절대 다수인종인 백인들이 바로 이 정치의 주도권을 쥐고 미국 사회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일반 시민들, 특히 주류백인들은 정치에 대한 이와 같은 개념인식이 명확하기 때문에 매 대통령선거전에 이들은 지독한 관심을 보이면서 여기에 과도한 집착을 한다.

정치권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인들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면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의견을 규합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때문에 다수 백인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 그럴수록 정치참여에 적극성을 띠게 된다. 사회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백인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이것을 잘 설명해 준다.

공화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지가 거의 10여년이다. 여지없이 공화당의 유권자들이 선거판에 떼 지어 몰려 나왔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선거를 통해서 무섭게 공격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전에서 공화당이 이와 같은 난관에 봉착했다. 기존 정치권의 지도부가 인정하지 않는 후보가 예비경선 전에서 1등과 2등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곧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 그럴수록 정치참여 해야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는 정 반대 현상이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정치인들을 믿을 수가 없다고 정치를 외면하고 정치참여를 포기하는 우리 한인사회이다.

거의 크레이지 수준이라고 하는, 그러한 트럼프가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미국도 희망이 없다고 하면서 정치권에 대해서 열을 올려 성토만 하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을 주도하는 시민사회는 그렇지가 않다.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정치참여를 확대시켰다. 투표장으로 몰려나온 그들의 결집된 힘이 기존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우리 한인들이 미국 대선 판을 이렇게 이해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만의 바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