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이 조선통신사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공동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그제 프랑스 파리 사무국에 제출했다. 2012년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동등재 추진이 4년 만에 1차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간 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공동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유네스코의 심의를 거쳐 내년 6~8월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니 이제 양국이 최종 결실을 얻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만 남은 셈이다.

조선통신사는 조선 후기 200여 년 양국의 문화교류와 평화, 선린우호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소중한 양국 역사적 자산의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 신청이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문화재단과 일본의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는 등재목록 확정에서 신청서 조율까지 12차례의 학술회의를 거쳐 이견을 조금씩 줄여나갔다. 비록 힘든 과정이었지만 민간이 앞장서 조선통신사의 취지를 살려나가자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말 군 위안부 합의로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풀리나 했지만 최근 일본의 독도 관련 역사 교과서 문제로 다시 얼어붙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양국의 세계기록유산 공동등재 신청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사건건 맞붙는 긴장 관계를 해소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통신사의 평화 정신과 이번 공동등재 신청 과정에서 보여준 합의 정신만 잘 이어간다면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직 등재 여부 최종 확정까지는 1년 여의 기간이 남았다.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만전의 준비를 하겠지만 거기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양국 평화를 위한 민간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좋은 결실을 맺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민간 우호의 자산은 나아가 양국 긴장 관계 개선에도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공동등재 신청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성신교린이라는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