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 한국 전기차 충전 서비스(주) 사장

상대방 문화 존중하며
개인과 조직뿐 아니라
국가 간 칭찬하기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시작되기 전 행사 관계자들이 일본 국기를 다림질해 주름을 없애고 있다. ⓒ 뉴시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칭찬하기 운동이 벌어져 나도 사내 릴레이에서 후배를 칭찬한 생각이 난다.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인정받는 것과 같다.

하지만 어디 칭찬이 쉬운 일인가. 칭찬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사람을 깊이 알아야 하는데, 밝고 긍정적인 면을 단점과 함께 잘 관찰해야 한다. 애당초 모르는 관계에서는 인사치레의 공치사는 몰라도 진정한 칭찬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중요한 칭찬을 개인과 조직만이 아니라 국가 간에도 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오랜 지기가 일러 주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관계는 역사상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돼 왔다. 오랜 역사를 통한 인과관계로 초래된 은원(恩怨)을 해소함에는 서로의 밝은 면과 좋은 점을 인정하고, 나아가 국민들이 서로 칭찬한다면 높아진 삼국간의 파고(波高)를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오랜 지인이자 남북을 합쳐 26년을 근무해 한국 사정에 밝은 펑춘타이(馮春台)씨가 지난 달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에서 제주 총영사로 부임해 환영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테라사와 겐이찌(寺澤元一) 일본 총영사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부산 근무 시절에도 양국 총영사와 가까이 지냈는데, 제주에서도 그들과 자주 만나 그간 소홀했던 삼국 간 가교역할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수많은 왕조와 황제 시대를 거치며 발달한 중국의 황하 문명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에 남긴 영향과 기여는 익히 아는 바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포용하는 물처럼 문화와 문명도 그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게 순리이고, 역사적으로도 그래 왔다. 우리는 중국에서 받아들인 문화에 독자성을 가미해 수많은 문화적 수작을 만들었고, 일부는 일본으로 흘러들어 가 그들의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은 서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근세에 와서는 메이지유신으로 서양의 앞선 문물을 먼저 수용한 일본의 선진 기술과 문물이 중국과 한국에도 영향을 준 것은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근대 학문 용어를 일본이 번역한 그대로 쓰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필로소피(philosophy)를 철학, 히스토리(history)를 역사로 번역한 것은 일본이고 법률과 기술용어도 대부분 그렇다.

한자도 원래는 한족이 아닌 어쩌면 우리의 조상이랄 수 있는 북방민족의 은나라 때 만든 글자이니 ‘은자’가 맞는다고 일부 학자와 김진명 작가도 그의 소설에서 주장하고 있다. 명칭이야 어찌 되었든 한자는 삼국시대 이후 우리가 써 온 문화의 일부다. 알파벳이 희랍의 것이라고 영국과 미국이 배격하지 않고 온 세계가 쓰고 있듯이 한자도 우리가 멀리할 게 아니라 현재처럼 정자를 잘 사용하면, 중국의 간체자나 일본의 약자에 대해 정통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일민족과 언어라는 차원을 넘어 지구촌이 하나인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는 지혜를 요즘 유행하는 한류처럼 우리의 것에서 찾으면서 상대방의 문화도 존중하는 자세로 화합·발전시켜야 한다. 한·중·일 언어를 좀 아는 입장에서 보면 같은 한자표현인데 의미가 다른 것과 도저히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도 많다. 이를 어찌 옮길 것인가. 세종대왕께서도 한글을 창제하면서 한자와의 병용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닐까?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동경에서 5년, 북경에서 2년여를 주재하며 열심히 보고 배우며 얻은 성과에 살아 있는 공부를 더 해 한·중·일의 밝은 면을 글로 써서 알리는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사사건건 외교적 실리만 따지지 말고, 역사상 문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긴 호흡으로 국가 간 칭찬 거리를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