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저출산 문제 대책으로 중국 동포(조선족)를 대거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동포에게 깊은 상처를 준 김 대표의 발언은 그저 ‘미봉책’, ‘헛발질’ 따위로 얼버무리며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필자는 그의 발언을 헌정사상 최악의 정치인 망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들겠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자부하는 ‘대중 밀착외교’의 공든 탑을 내부(정서)적으로 일거에 무너뜨렸다. 한국의 집권당 대표가 중국의 역린, 즉, ‘소수민족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민족을 차별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언행에 대해 형법은 물론 헌법 조항으로까지 규정, 엄단하고 있다.

“중국의 각 민족은 모두 평등하다. 어떠한 민족적 차별을 금지하며 민족단결을 파괴하고 민족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한다(중국 헌법 제4조).”

중국 소수민족 문제라면 흔히 ‘티베트’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티베트를 한때 지배했던 대영제국의 아련한 추억으로 인해 서방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최고로 휘발성 강한 민족은 단연 ‘조선족’이다.

중국 안의 그 어떤 민족이나 문화도 흔적도 없이 녹여버리는 중국마저도 삭히기 힘든 조선족, 그들만의 강인한 생명력과 특징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조선족은 중국 소수민족으로 편입된 역사가 가장 짧아 젊고 강한 결기가 살아 있다.

또 민족 집거지가 베이징 등 중국의 심장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민족인구에 비례해 고학력자가 가장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 1위로 조선족의 높은 교육열과 뛰어난 두뇌는 중국 내에서도 알아준다. 중화사상에 각인돼 자존심 높은 주류민족 한족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조선족에게 한국의 집권당 대표가 ‘애 낳는 기계’ 정도로 대접했으니, 중국 내 조선족 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중국 동포들에게 큰 상처가 되었으리라. 김무성 대표의 망언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김무성 대표만 모르는 것 같아 하는 말인데, 조선족은 한국인이 아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국민이자 중국인이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고, 상호 왕래를 한 지 20년이 넘었다. 웬만한 조선족들은 일자리나 학업, 또는 다른 업무로 한 두번씩은 모국인 한국을 다녀갔고, 한국 사회가 어떠한지도 잘 알고 있다.

김 대표의 주장처럼 ‘출산하려고’, 다시 말해 ‘출산 비즈니스’로 한국에 올 조선족 여성은 없다. 또한 10만~20만명으로 추정되는 재중 탈북여성의 대부분은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의 중국 남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자녀도 있다.
조선족 대다수는 멸시당하며 살아야 하는 한국으로의 이주보다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은 중국에서 삶의 안정을 원하고 있다.

아이를 두 세명 낳고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좋은 법’을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다. 한·중관계를 훼손하고, 조선족 동포들을 민족적, 성적으로 폄훼하고 모욕하는 언행을 하라고 국민의 혈세로 고액의 세비를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정치지도자가 국민을 걱정해야 정상인데, 국민이 정치지도자의 언행을 걱정하며 마음을 졸여야 하니, 참으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설날 아침 떡국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