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윤희일 특파원

“일본 정부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고 독립적인 기관도 설치해야 한다.”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리타 이자크 유엔 소수자문제 특별보고관이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조선인 등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는 ‘헤이트 스피치’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25일 아사히신문 등이 보도했다.

이자크 보고관은 지난 24일 도쿄(東京)도 신주쿠(新宿)구의 한인거리를 찾아가 ‘혐한’(嫌韓) 시위 실태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법 앞에서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14조에 바탕을 두고 헤이트 스피치에 대처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정비하고 인권 문제를 다루는 독립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거리의 주민 등을 만난 그는 “재일 한국·조선인 부모 세대가 자녀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모국어(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소수자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촉진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자크 보고관은 또 “독도 영유권 문제로 재일 한국인·조선인의 아이들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가 간의 대립이 아이들에게 반영되는 일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출신의 변호사인 이자크 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 정부에 대해 헤이트 스피치 금지 법제화를 권고한 것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해 공식 조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일정 등의 문제로 2016년 가을 이후에나 방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응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그를 먼저 일본으로 초청하면서 일본 방문이 성사됐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