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통령선거 민주당 예비경선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을 기록했다. 여성대통령 후보와 흑인대통령 후보의 경쟁이기도 했었다. 버락 오바마는 풀뿌리 조직을 기반으로 외곽을 선점해서 정치세력을 결집했다. 중심을 겨냥한 주변으로부터의 공격에 마침내 힐러리 클린턴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6월3일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몬타나의 예비선거를 치루고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를 인정했다.


◆ 리먼 사태, 왜 하필 그때에?

바로 그날 워싱턴DC의 컨벤션센터에는 미 전국의 8천여 유태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AIPAC(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 연례총회였다. 6월4일 유태계 지도자들 앞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이며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다”고 선언 했다. 이것이 AIPAC의 힘이고 전략과 기동력이다. 워싱턴 전략가들이 과연 AIPAC을 ‘신의 조직’이라고 부를 만 했다.

9월4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새라 페일린이 ‘하키맘’ 신드롬을 일으켰다. 9월7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매케인의 지지율이 48%로 급등해서 오바마를 역전 추월했다. 반면 오바마가 지명한 조 바이든 부통령 후보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바마 캠프가 당황했다.

그런데 9월15일 유태계 리처드 폴스 회장이 경영하던 세계 제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정부는 리먼 브라더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거절했다. 뉴욕증권가에선 주식이 사상 최악으로 폭락했다. 심지어는 국민 노후연금이 제도적인 타격을 받았다. 세계의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국민에게 위급함을 알렸다.

리먼 사태는 페일린 효과를 경제 문제로 덮어 버렸다. 이는 집권 여당 후보인 매케인에게 직격탄이 되었다. 오바마가 매케인을 다시 추월해서 지지율을 10% 차이로 벌렸고 이 추세는 대선 투표일까지 이어졌다.
11월4일 선거 직후 메릴랜드 대학에서 개최된 미국정치컨설턴트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리먼 사태는 매케인을 향해서 정밀하게 유도된 폭탄이었고 오바마에게 대선 승리를 안겨준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아직까지 ‘왜 하필이면 리먼 사태가 그 시점에 터졌는가?’란 의심의 눈초리가 유태계들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오바마 진영의 유태인들

오바마는 당선 직후 승리 연설에서 자신의 선거 전략가인 데이빗 엑슬로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그의 가장 모범적인 선거운동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빗 엑슬로드의 가장 빛나는 전략은 월가 등 미국 재계를 움켜쥐고 있는 폭 넓은 친유태계 네트워크를 갖춘 것이다. 오바마의 핵심 측근이며 엑슬로드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 라움 이매뉴엘은 투자은행 출신의 유태계 3선 하원의원이다. 선거자금 모금에 탁월한 재주를 갖춘 AIPAC의 핵심인 이매뉴엘은 루빈 전 재무장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윌리엄 도널슨 전 증권거래위원장,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총재,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 유태인이나 친 유태계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AIPAC은 대선 다음 날인 11월5일 “오바마 후보에 대한 유태계의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미국 내 유태계의 78%가 오바마를 지지했다”고 발 빠른 성명을 냈다.

오바마 당선자는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정통 유태계의 아들인 시카고 출신 연방하원인 라움 이매뉴엘을 임명했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매뉴엘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해결할 경제팀의 인사를 자신의 아이디어로 구성했다. 국가경제위원장에 로렌스 서머스, 경제자문위원장에 크리스틴 로머, 경제수석보좌관에 제이슨 퍼먼, 재무 장관에 티머시 가이트너, 경제회복자문위원장에 폴 볼커 등이다.


◆가자지구 공격, 그 뒷면엔…

2009년 새해가 또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원하지만 가자지구 내의 “하마스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의 하마스의 씨를 말린다는 공격을 감행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내에선 정치적인 정당조직이지만 평화협상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선 테러단체로 지목한 단체이다. 이스라엘이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 했지만 하마스의 성행은 용납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자지구를 철저하게 봉쇄한 이스라엘에 대항해서 하마스는 그동안 간간히 로켓탄으로 공격했었다. 그래서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그 강도에 세계가 당황하고 있다. 마치 AIPAC이 오바마 권력의 출범을 앞두고 자신들의 아젠다를 천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뿌리를 캐어 들어가면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단지 첩실이지만 장자로 태어난 이스마엘의 자손이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이슬람)민족이고 정실에게서 뒤늦게 태어난 이삭의 자손이 유대계인 이스라엘이다. 아직 예수를 “사기꾼”이라고 부정하는 유대인(이스라엘)이나, 마호멧을 “메시아”라고 일컫는 모슬렘(팔레스타인)이 미국의 프로테스탄트의 눈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
어쨌든… 미국 내 유태계의 거침없는 공격적 로비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일보 시론 / 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