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선거전에서 선두의 캠페인 전략을 옳게 보려면 ‘2등의 눈’으로 봐야 한다. ‘1등(현직)’이란 명확한 목표물을 향해서 집중된 2등의 전략을 이해하면 선거판 전체가 보인다. 이것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전에 세계의 이목이 공화당에 집중된 이유이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일반인들은 선두인 트럼프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트럼프를 따라 잡을 2등이 누군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내 2등이 테드 크루즈냐, 마르코 루비오냐로 야단법석이다.

◆ ‘트럼프’와 공화당 비상사태

그런데 이번 선거전에서 이상현상은 바로 1등의 후보경쟁력이다.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장외 인기란 이야기다. 장외 후보가 1등으로 달리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지금 공화당 지도부가 비상이다. 트럼프의 수명이 오래갈수록 공화당의 백악관 탈환은 점점 어려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내경선 승리와 백악관 입성 사이엔 또 다른 (본)선거가 있다. 본선거라는 깊은 계곡을 건너가려면 반드시 ‘중도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에겐 그 중도표가 단 한 표도 없다. 이는 트럼프의 문제가 아니고 공화당 내부의 문제다. 공화당내 경쟁력과 본선거전 경쟁력이 정확하게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독보적인 위치의 힐러리 클린턴을 늘 불안하게 하는 버니 샌더스 후보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 그것을 설명한다. 다만, 민주당은 당내의 그와 같은 경쟁력을 당 안에 묶어둘 수 있는 정강정책이 정리되어 있지만, 공화당은 아직 그렇지가 않다.
본격적인 프라이머리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공화당의 불안은 점점 더 쌓이고 전문가들은 ‘민주당 12년의 백악관’을 점치고 있다.

◆ 미국의 ‘현장’ 모르고서는

미국은 아주 안정된 양당제도다. 성문화된 정당법이 거의 유명무실하다. 매 선거 때마다 양당이 합의만 하면 실정법을 뛰어넘어 얼마든지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실행을 한다. 프라이머리 방식이 그렇고 선거일정이 그렇다.

그래서 매 선거 때마다 선거방식이 들쑥날쑥이다. 그래서 미국정치에 관해서 오랫동안 공부를 한 학위소유자 전문가라 하더라도 현장에 없으면 그것은 죽은 지식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에 미국정치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아도 대미관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정치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장과 관계가 없으면 무시되고 만다. 현장중심의 학문을 중시하는 것에 비해서 한국은 책 만들고 있으면 된다.

서울의 워싱턴 전문가들이 그래서 20년 전의 그 사람이 아직도 그 사람들이다. 바로 그 사람들이 지금도 독점하고 있다. 그러니까 트럼프같은 “이상한” 사람의 워싱턴 등장을 기이한 현상으로만 치부해서 애써 못 본체 하려고만 한다. 워싱턴의 흐름을 움켜쥔 ‘티파티’같은 대중조직을 지나가는 바람으로만 설명하고 있는 서울의 미국전문가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 유학파들이 그렇게 차고 넘치는데도 한국은 미국 관련해서 그래서 경쟁력이 낮다.

◆ “워싱턴의 눈으로 선거를 보자”

한국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다. 그러나 재미한인들에게 미국은 ‘우리 나라’다. 미국의 한인들이 한국의 미디어를 통해서 미국을 이해하다가는 미국이 다른 나라가 된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입장과 대응은 어떤 입장이 되는가에 따라서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미국내 한인들이 미국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의 내용을 미국 시민의 입장에서 보고 이해하질 않고 서울로부터 나오는 미디어로만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사회의 한인들에게 미국은 늘 ‘외국’이다.

이러한 문제가 선거 때엔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로 표출된다. 그래서 미주한인들의 정치참여의 문제에서 “워싱턴의 눈으로 선거를 보자”란 말을 외치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

본격적인 대선전으로의 돌입이다. 재미한인들은 미국시민이고 납세자이고 유권자다. 이제 어느 당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 중에서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해야 할 것인지 결정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누구이고,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과 한국의 미디어는 2016년 미국 대선전에서 외교·안보 측면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의 시민인 미주한인들은 그렇지가 않을 수 있다. 우선은 자기 지역의 안전과 안정의 문제가 우선일테고 동시에 생업이 더 중요하다. 전자에는 인종문제, 이민문제, 가치 이슈를 고려해야 할 것이고 후자로는 스몰비즈니스나 세금문제가 중요하다. 아마도 그리고 나서 외교·안보의 문제일 것이다.

외교·안보의 문제에서는 우선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익 이전에 우리 미주한인들이 튼튼하게 붙잡고 있어야 할 것은 두 나라의 '관계'이다.

우리 한인들은 미국의 시민이고 미국의 유권자이지만 사실은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의 땅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적인 처지이다.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일이 우리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 역할은 대선전에 참여할 때에 주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