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 유키코 / 日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

빨갛게 부어오른 눈꺼풀, 콧물, 기침, 두통….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레르기를 앓고, 전날 남산타워가 PM2.5로 희미하게 보이는 광경이 떠올랐다. 25년 만에 돌아온 서울은 파란 가을 하늘을 기대할 수 없는 도시가 돼 있었다. 서울의 모든 대기오염이 중국에서 오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회의 시즌에 기침을 할 때마다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온도차를 생각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낙관론이 거의 없다. 스케일부터가 다르긴 하지만 중국의 경제 문제는 공교롭게도 일본과 공통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단기적 전망에서 비관론의 핵심은 중국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 채무가 문제였던 한국 외환위기와는 달리 경상수지가 흑자인 중국의 채무는 국내가 중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외압은 없고, 아픔을 동반하는 조정을 미루는 데 따른 정치적 인센티브는 크다. 거품 붕괴를 동반한 금융 불안과 대량의 자본 유출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환율은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 절하에 따른 수출 주도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국영기업 개혁은 석유·화학 등 권력 구조와 결탁해 단물을 빨아먹어온 관료들의 반대나 고용 불안 등 지방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목상 반대에 부딪친다. 중국의 비금융기업이 안고 있는 채무 잔액은 2014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7%로 이미 일본 버블기를 크게 웃돌고 있다. `과잉 설비=과잉 채무`인 이상 금융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대차대조표 개선을 우선하는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아 성장률이 계속 떨어진다. 다만 거품 붕괴 이후의 일본과 비교해 중국은 아직 금융 자유화 등 개혁의 여지가 남아 있고, 직접투자에 의존하는 등 구조적인 차이도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회의는 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너무 빠른 고령화다. 중국 노동인구는 이미 2011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 폐지를 결정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고령화가 시작된 1970년부터 고령사회에 진입한 1994년까지 기간에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을 19배인 3만8000달러로 만들었다. 이후 초고령화한 2007년까지의 소득은 제자리였다.

한편 중국은 2001년 고령화가 시작돼 2025년에는 고령사회가 된다. 2014년의 명목 1인당 소득은 아직 7600달러로 남은 10년 동안 7% 성장을 유지해도 1만달러대 중반으로 고령사회를 맞이한다. 이론적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나 저축률 저하가 발생해도 기술 혁신에 따른 성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이 그렇듯이 고령자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는 정치가 복지에 몰두해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젊은 기술 인재 감소로 혁신 기반 자체가 퇴화한다.

또 하나는 환경 문제다. 발암성이 높은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치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1㎥당 35㎍이지만,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각각 75㎍, 50㎍으로 후하다. 베이징이나 동북 지방은 관측치가 연간 100㎍을 넘고, 서울도 도쿄나 뉴욕의 배를 넘는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대규모로 공해를 경험한 일본은 그 비참함과 자연 재생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언론은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한국보다 자주 보도하며, 중국도 일본에서 환경전문가를 많이 초빙하고 있다.

일본의 공해는 대부분 대기와 수질오염에 머물러 있고, 위험물 배출을 제한하고 복구하는 작업을 통해 어떻게든 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나 수질오염, 수원 고갈과 연동해 100년 단위로밖에 정화할 수 없는 토양오염이 진행 중이라는 중국 정부의 보고서는 충격을 줬다. 초등학생이 암으로 사망하는 것과 같은 표면적·잠재적 건강 피해를 고려했을 때 일본인 대부분은 중국의 성장 유지가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일본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일본만의 편견이 있어 한국이 추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낙관적이라는 편견에 휩싸인 `유라시아 국가` 등의 정치 슬로건에는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시장 논리는 정치 논리와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