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대학교 교수,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미국의 정계, 재계,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0월 23일과 24일 워싱턴디씨에서 미주한인위원회 만찬과 연례 회의가 개최되었는데 한국 언론들은 이 모임의 중요성과 상징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필자도 이 모임에 참석했는데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볼 때 이번 모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미주 한인 사회는 물론 한·미 관계의 올바른 관계 발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초석을 다진 모임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주한인위원회는 미국사회에서 한인사회의 여론을 주류 사회에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을 주목표로 삼고 있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면 주류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때 비로소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고 그들과 협상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주한인사회는 미 주류 사회에 참여를 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각계 계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1.5세와 2세 차세대들 중심으로 약 400여명이 참석한 만찬은 대 성황이었으며 미주 한인 사회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모임이었다고 생각된다. 만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가 대독 됐으며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김용 세계은행총재가 기조연설을 했다. “1960년대 대한민국은 가장 빈곤한 국가였으며 세계가 포기한 희망이 없는 국가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기적을 이룩한 국가가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어느 빈곤 국가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주한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 할 기회가 올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만찬에서 홍명기 밝은미래재단 이사장이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주한인위원회 최초의 사회공헌상을 수상했다. 홍 이사장은 “1세들이 이러한 자리에 참석하여 차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즉 1세들의 재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1.5세와 2세 차세대가 본격적인 주류사회 진출을 통해 미주한인사회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형이 되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 고문을 역임했고 예일 대학교 법학장을 지낸 고홍주 전 차관보가 공직자상을 이 타이사장이 각각 개척자 상을 각각 수상했다.

미주한인위원회는 1세 중심의 어느 단체와도 성격이 매우 다르다. “미주한인 행사에 여러 번 참석했는데 이번처럼 자신이 소외 됐던 행사는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뿌듯한 감정을 느끼면서 간다.” 라고 새누리당의 정병국 의원이 미주한인위원회 연례회의 참가소감을 말했는데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1세들 주도의 단체 모임에 가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귀빈” 대접을 받고 모두 사진 찍으려 야단법석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번 모임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사진을 찍자고 다가 온 사람은 없었다.

미국으로 이주 한 미주한인들은 미국시민권을 획득하고 미국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김영옥 대령은 자신을 100% 한국인 100% 미국인이라고 했다. 미주 한인들은 100% 코리안 아메리칸인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주인 의식을 갖고 시민권을 취득하여 투표를 행사함으로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존재를 각인 시키고 미 주류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의 여론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시키도록 힘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바로 미주한인들의 역할이며 미주한인위원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미주한인위원회는 발족한지 5년이 채 안된 신생단체이다. 대부분 1.5세와 2세의 영어권의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되었고 회원도 현재 100여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내부 조직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면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이번 워싱턴디씨에서의 만찬과 연례회의를 공개적으로 개최하면서 미주한인사회의 대표기관으로서 발전하기 위한 출범식을 했다고 보면 될듯하다. 첫 번째 모임이었지만 미주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주류 사회에 미주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첫 날 미주한인위원회 연례 모임은 미국 연방 상원의원 회관에서 시작되었다. 참석자들은 상원의원 건물에 직접 들어갈 수 없었고 옆 건물에서 삼엄한 보안검사를 통과하고 통로를 지나 비로소 상원의원 건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디씨 그리고 상원의원회관에서 첫 모임을 시작 했다는 것은 바로 미주한인위원회가 미 정계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오전 모임에는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혼다의원과 주디 추의원 등 대부분의 아시안계 의원들이 직접 참석하여 미주한인위원회의 연례회의 개최를 축하해 주었고 자신들도 앞으로 함께 같이 할 것을 약속하는 자리도 되었다. 김영옥 대령에 관한 비디오가 상영되었는데 특히 혼다의원은 한인 2세인 김영옥 대령을 언급하면서 미주한인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훈장 수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영옥 대령의 스토리가 상영되자 참석자 대부분들은 전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맥아더 장군과 함께 16명의 미국 역사상 최고의 군인으로 선정된 김영옥 대령의 스토리를 우리는 모른다. 맥아더 장군은 알아도 김영옥 대령을 모르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애를 느낀다.

오후에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 미국정부의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상원의원 건물 보안 검사보다 훨씬 엄격했다. 일부 연사들도 이름이 잘못되었거나 질문지와 한 글자도 다르면 보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여 재심을 받고서야 늦게 들어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미주한인위원회 첫 날은 미 상원의원 빌딩과 백악관을 방문해 한인사회의 여론을 전달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연방 의원과 백악관 정책담당자들과 만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시에 한인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정책입안자들에게 한인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분명히 한 자리였다.

저녁에는 로널드 레이건대통령 이름을 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만찬이 개최되었다. 미주한인위원회는 현재 1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디씨, 시카고,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의 각 지역과 한국과 영국에서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 조직이다. 대부분은 영어권의 1.5세 2세 전문직들이지만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1세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로서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오해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한인유명기업가 및 정치인과 미주한인위원회의 회원들과의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일반 컨퍼런스처럼 연사들이 일방적으로 연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질의응답 식의 진행은 참석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신선한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미주한인위원회는 한 개인의 성공보다는 미주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특히 힘없는 약자와 소외된 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주 한인들 중에는 미 주류사회에서 매우 성공한 개인들이 많지만 그들 대부분은 한인사회의 발전과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 미주한인위원회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적으로 성공했으나 개개인의 이익보다는 한인사회의 발전과 미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집했다는 점이다. 각자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기업가, 의사, 변호사, 교수, 고위 공직자들이지만 개인의 성공보다는 함께 모여서 한인 사회에 힘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주한인위원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금 모금이 절대 필요하다. 미국식 민주주의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로 합법적 정치 기금이며 로비이다. 또한 미 주류 정치인들의 관심과 참석을 유도해야 함으로서 미주한인사회에게 절대로 필요한 단체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1세 중심의 한인 단체들은 극심한 반목과 경쟁 그리고 명예욕 때문에 분열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5세와 2세 중심의 미주한인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회원들의 대부분은 이미 미 주류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재들이며 이미 부와 명예를 어느 정도 가진 차세대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명예욕 보다는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주한인위원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엘리트 위주의 엘리트조직이 되는 것이다. 만약 미주한인위원회가 소수의 엘리트들의 단체로 전락한다면 진정으로 미주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미주 한인사회를 대변하고 특히 소수자, 약자, 힘없는 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단체로 발전한다면 미주 한인사회의 진정한 리더 조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한인위원회가 미주한인사회의 대표단체로 발전한다면 동반자적 한·미 관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한·미 관계의 발전은 물론 모국의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주한인위원회의 일부 회원들은 이미 북한과 통일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 모임은 바로 미주한인위원회가 추구하고 있는 미 주류 사회에 미주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테이블에 함께 앉게 된 것을 의미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미주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주류사회에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함으로서 미주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향후 동반자적 한·미 관계 정립 및 한국의 통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