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반일(反日)·혐한(嫌韓)'으로 대변하는 한·일 양국의 갈등은 사회 전체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이를 이용하려는 보수주의자와 일부 정치세력 등 장사꾼에 의한 선동일뿐 실제로 양국의 교류는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오정 일본 류코쿠(龍谷)대 명예교수는 12일 "최근 양국의 갈등 상황은 과거와 비교하면 특별히 달라진 요소가 없지만, 보수적 정치세력이나 갈등을 조장해 이익을 보려는 단체나 언론사 등의 '장삿속'으로 인해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해외교포문제연구소(이사장 이구홍)가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2015 교포정책 포럼'에 참가해 '반일·혐한은 한계 상황일까'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그는 "과거 한국 사회의 일본에 대한 분위기는 호감을 느끼면서도 미워하는 '애증 증후군'이었다면 일본에서는 '싫다·밉다' 보다는 무관심이 주류였다"면서 "최근 일본은 혐한 분위기가 급격히 늘어나 한류 붐이 사그라지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대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대일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도래인(渡來인)과 조선통신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천 년간 서로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롭게 하려고 함께 노력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이 지역이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했는데 서로 격려와 존중이 아닌 반일과 혐한의 살벌한 분위기는 부자연스러운 일이죠.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인종차별발언) 등 배타주의가 득세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격차의 심화와 소외자 양산, 중국의 대두와 상대적 자신감 상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불안감 증폭, 자민당 체제의 붕괴, 사회기능의 후진적 분화와 언론 비판 기능의 감소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김웅기 홍익대 교수는 "재일동포가 일본 사회에서 위축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모국"이라며 "그럼에도 친정인 모국으로 이주하면 복지 등에서 역차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수경 도쿄가쿠게이(東京學藝)대 교수도 "재일동포는 양식 있는 일본인 지식인들과 세미나, 포럼·교류회 등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모국의 근대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이바지하며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해왔음에도 최근 너무 저평가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재일동포 문제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재미동포의 역할',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재중동포사회의 역할과 정책 대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와 토론도 이어졌다.

이구홍 이사장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전후로 우리 정부는 대일 청구권과 평화선 고수에 주력하면서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데 소홀했다"며 "일본정부의 차별과 동화 정책으로 소멸할 우려에 처한 재일동포 사회를 지켜내려면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기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재외동포재단이 후원한 이번 포럼에는 양창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영근·최동준 재외동포재단 이사, 최금좌 한국외국어대 교수, 최재영 NK VISION 2020 대표, 김진향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피터 김 미주 한인의 목소리 회장, 강성봉 동북아신문 편집국장, 김성화 중국 상하이대학 교수, 김윤태 동덕여대 교수, 김용필 동포세계신문사 대표, 김정룡 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 소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