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전 방송인, 수필가

슈퍼마켓에서 딸기 값이 헐값으로 팔릴 때마다 퀸즈랜드의 더운 햇볕 아래 값싼 인건비를 받고 노동하고 있는 워킹홀리데이비자(457) 소지자들, 유학생들 또는 관광객 등 호주에 임시비자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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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약 400만 명의 유럽계 피난민들이 호주에 왔을 때는 그들에게 호주에 살 수 있는 영주권이 주어졌고 정당하게 일 할 권리도 주워졌다. 가족을 위해 주택도 제공해 주고 실업 수당도 지급해서 정부가 ‘알뜰히’ 보살펴 주었다. 그리고 강력한 노조 때문에 인건비 착취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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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96년 자유-국민 연립아 집권하고부터 광산 붐으로 한참 좋았던 경제실정에 노조는 계속 임금 상승을 요구했고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원했다. 전 존 하워드 정부는 현재 이민은 국민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임시 체류자를 불러들여 정부의 부담 없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값싼 노동력을 유입하기 위해 457비자제도와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는 이민정책을 펼쳤다.

그 후 2014년 말 현재 호주의 임시 체류자(temporary residents)는 무려 75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호주 회사의 초청으로 오기 때문에 과거 영주권자들과 달리 정부의 부담은 거의 없다. 또한 스폰서를 선 기업이 저임금을 주더라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임시 취업자들의 임금착취가 미디어에 보고됐다. 2014년 대만 국적의 라이언 챙(Ryan Tseng 33세)도 그 중 한 사례다. 그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417일간 체류했다. 도축장에서 청소도 하고 고기도 썰고 온갖 잡일은 다 했지만 시간당 불과 $4불을 받아 한 주 50시간을 일하고도 $200불에 그쳤다. 또 다른 대만인 워홀러 핸크 쳉(Hanks Cheng, 31세)은 멜번에 도착한 뒤 중국인 직업 알선소를 통해 질롱(Geelong) 농장에서 오렌지를 페킹(pecking)하는 일을 했는데 시간당 $15불을 받았다.

호주의 법적 최저 임금은 $17.29다. 그러나 워홀러들에게 임시직 급여(casual payment)란 명목으로 세금, 퇴직연금(superannuation), 병가 수당(sick leave), 휴가 수당없이 현찰(cash payment)로 주는 경우가 많다. 이를 다 포함하여 지불을 하면 시간당 $21.50이 된다.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불렸던 호주에서 이런 임금 착취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지난주 시드니 모닝헤럴드지와 멜번 모나쉬대학에서 유학생 및 457비자.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임시 체류자들의 임금을 착취한 사건이 보도됐다. 다수의 외국인들이 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취업이 어려워 호주까지 와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인 커뮤니티의 직업알선 광고 웹을 보면 80% 이상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라고 한다. 대부분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지에서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응모하고 있다. 고용을 알선하는 미들맨(labor hire middle man)들은 고용자들로부터 소개비를 받는다. 이들은 농촌에 근로자를 소개하는 경우, 인부들을 카라반파크의 좁은 방에 4명씩 수용하고 있기도 하며 일부 악덕 농장주들은 취업을 하려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해외 유학생이나 근로자들에게 직업을 소개하는 사람은 호주에서는 아무나 할 수 있다. 호주에서 술을 파는데 엄격한 자격을 요구하며 허가를 하고 반면 노동자의 천국이라 불린 호주에서 외국인 근로자 취업을 제한 없이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호주 경제가 어려워지자 임금이 비싼 내국인들보다는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호주 플린더즈대학의 수 리처드슨(Sue Richardson) 교수(노동경제학)는 해외 임시비자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법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 유학생 사례는 멜본 모나쉬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서니 류(Sunny Liu)는 비싼 학비와 집세,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파트타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만 유학생이다. 그는 멜번의 태드스톤 쇼핑센터(Chadstone Shopping Centre) 푸드코트에서 일을 했는데 시간당 $8을 받았다. 동료 유학생들은 $6을 받았다. “대만에서조차 이곳보다 배는 더 받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나 일반 근로자들이 직업을 찾을 때 취업 알선 웹인 ‘yeeyi.com’등을 이용한다고 한다. 서니가 처음 이곳 중국 식당에서 웨이트레스로 일을 할 때 시간당 $8을 받았다. 2주 후 중국인 주인은 $2불을 올려 $10을 받았다. 고용주 장부에는 시간당 $18씩 주고 있다고 기재했다고 한다.

호주의 실업률은 6.3%로 악화돼 있다. 8월 실업 통계에 따르면 실업자 10명 중 7명이 1년 이상 실직 상태인 장기 실업자다. 53만 6천 9백 명이 1 년 넘게 일이 없는 실정이다. 등록 실업인구가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