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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지원이 법에 저촉된다고?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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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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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민화협 공동의장]

   
 
지난 9월 15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재일 조선학교의 교육 발전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에서 오공태 현 민단 단장이자 도쿄한국학교 이사장은 “일본지역 민족교육은 민단(재일대한민국민단)계 민족학교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계 교육으로 나뉘어 상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총련계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균형 있는 교육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심포지엄 취지를 밝혔으며, 박찬봉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조총련은 북한 밖의 북한으로서 북한의 문제점과 모순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통일준비 관점에서 (…) 조총련계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바로잡아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토론회에서는 박두진 코리아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이 주장한 △일본내 민주적 민족교육마당의 증가, △정밀한 실태조사를 통한 한국 국적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 △조선학교 개혁을 방해하는 한국 일부 세력에 대한 규제 등을 사실상 조선학교에 대한 결론적 대안으로 제기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의 보수정권이 민주평통 해외조직을 앞세워 사실상 방치되어왔던 일본 내 민족교육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이들이 드러내고 있는 조선학교와 재일동포 민족교육 문제에 대한 편향된 시선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방치되어온 재일동포 민족교육

우선 이번 토론회를 사실상 주최한 재일민단은 조선학교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먼저 민단이 일본내 민족교육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해왔던 것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과 자기반성이 우선해야 한다.

박두진 소장이 인정하듯이, “재일교포들은 조선학교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조선학교의) '북한 공민교육'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조선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간 방치되어왔던 재일동포 민족교육의 현실이었다.

왜냐하면 민단이 운영하는 한국학교는 주로 한국의 고위층 자제들이나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교육비도 엄청나게 비쌀 뿐만 아니라 그 수도 제한되어 있었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글과 한국어 교육 등 민족정체성 교육은 거의 등한시해왔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사립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의 교육시스템과 동일한 교육을 하는 한국학교가 일본내 민족교육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조선학교가 일본내 민족교육의 일익을 담당해온 것은 한국정부와 민단의 민족교육 방치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개된 일본내 제주도 고내리 마을 출신자들의 커뮤니티 사례는 매우 시사적이다. 이 고내리 커뮤니티는 지난 20년에 걸쳐 숫자는 800명에서 60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매년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공동체 유지의 기저에 있는 핵심은 바로 ‘민족교육’이었다. 한국 정부와 재일민단이 민족교육을 방치해왔던 기간에, 이들 이주자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타국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민족교육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또한 이 토론회에서는 조선학교를 ‘재일 조총련의 북한 공민교육기관’이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한국 국적자들을 이들로부터 배제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족교육 생태계가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

우선 일본의 한 뉴커머(new-comer) 한국인 취업자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듯이, 조선학교는 재일총련 소속이고 또 일부 교과과정이 북한과 동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이 실제 교육 수요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조선학교를 북한의 지지세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학교의 학생 중 몇 퍼센트가 북한을 지지할까? 학교의 일부 교육과정은 북한의 교육 등을 받고 있지만 결국 밖으로 나오면 일본사회다. 판단은 결국 학생들이 하는 것이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얼마 없다. 결국 현재 조선학교의 존재 이유는 우리말을 배우고 재일교포 간의 의사소통을 하는 장소이다.”(네이버블로그, ¡Donde hay voluntad hay camino!)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 인용문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조선학교는 일본내 민족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의 소통과 화해의 장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통과 화해의 교육공간을 인위적으로 배제하고 격리하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

최소한 타국에서만은 같은 동포끼리 분단된 조국의 대립과 갈등을 그대로 반복하지 말고, 조선학교를 비롯하여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고 소통하는 다양한 교육 생태계를 유지해나가도록 지원하고 장려해야 한다.

조선학교의 고교 무상화 배제 등 일본정부의 부당한 차별정책에 의해 가뜩이나 민족교육이 벼랑에 몰리는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민단에 의해 조선학교에 대한 한국 국적자 배제정책이 추진될 경우 일본 내 민족교육의 생태계는 사실상 고사되고 말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조선학교 지원 움직임에 대해 이것이 “한국법에 저촉될 의혹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학교의 민주적 민족교육으로의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한국 당국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주장이다.

한국 시민사회의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민족교육을 방치해온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다. 이들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에 의해 끌려왔다 일본 정부의 강제퇴거 명령에 의해 쫓겨날 운명에 처한 조선인 마을 ‘우토로’의 할머니들에게 “저희가 너무 늦게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눈물흘리며 용서를 구한 그 마음을 한국법에 저촉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셈이다.

방치된 민족교육에 대한 뒤늦은 성찰과 우리 안의 휴머니즘, 그리고 일본 정부의 차별정책에 대한 항의가 조선학교 지원운동의 근본 동기이다. 이것은 법으로 재단할 문제도 아니고 정부가 개입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의 아이들과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아니듯이 하물며 일본의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것 역시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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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이승환은 1958년 경북 포항에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 경남대 북한대학원(정치학 석사)을 거쳐 경남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승환은 통일맞이 정책위원장, 열린정책연구원 정치아카데미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이며, 또한 민화협 집행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5년여에 걸쳐 남북 민간교류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6.15남북공동행사 등을 진행해왔다. 그가 쓴 글로는 “문익환, 김일성 주석을 설득하다”(창작과비평, 통권 143호, 2009), “6월항쟁 20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와 통일담론”(창작과비평, 통권 137호, 2008), “2000년 이후 대북정책담론 연구”(북한대학원,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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