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례 / 국제 전문위원

기막힌 반전이었다. 거기에 멋진 해피엔딩까지. 이번 주 지구촌 사람들을 들끓게 했던 2개의 해프닝은 불과 며칠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인생사 정말 새옹지마임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지구촌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소셜미디어 덕분이었다.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억울하고 분해서 가슴을 치며 암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공학도를 꿈꾸는 14세 소년이 새로 입학한 고등학교 기술교사에게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려고 일요일 밤 필통, 회로판, 전선을 이용해 20분간 뚝딱 디지털 시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소년은 시계를 갖고 등교한 월요일 아침 폭탄을 만들어 학교에 가져온 혐의로 교실에서 끌려나와 경찰관 5명의 집중 심문을 받고 수갑에 채워져 경찰서로 넘겨졌다. 폭탄이 아니라 시계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경찰도 학교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부모에게 전화를 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조사중이라며 거부당했고 학교는 소년을 경찰에 넘기고 부모에게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소년의 이름은 아메드 모하메드. 수단 출신 이민자 가정의 무슬림이었다.

16일 아침 이 뉴스가 처음 떴을 때만 해도 소년은 가짜 폭탄을 만든 테러범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소셜미디어에서 난리가 난 이 해프닝에 댓글을 달며 소년을 격려했고 오후가 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 등도 가세하면서 소년은 순식간에 '창의적인 발명 새싹'으로 스타가 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수천 건의 격려 글이 쏟아진 것은 물론 레딧과 트위터는 인턴십을 제공하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본사로, 구글은 자사 주최 사이언스 페어에 오라고 초대하고 백악관도 유명 과학자들이 참석하는 천문학의 밤 행사에 그를 초청했다. 소년이 자신의 드림 대학이라고 말했던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캠퍼스에 한번 놀라오라는 연락을 보냈다.

월요일 지옥에서 수요일 오후 천당까지 3일 동안 벌어진 인생 역전이었다. 소년은 수요일 오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에서 격려가 오고 있는데 이런 격려는 나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일을 겪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여러분이 자신을 위해 일어나 싸운다면 나도 당신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이제 9학년에 올라간 소년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 됐음을 짐작케하는 말이다.

헝가리 국경을 넘다가 극우 방송 카메라우먼이 그를 막으려고 내민 발에 걸려 넘어졌던 시리아 난민 부자는 그 사건 덕분에 스페인에 정착하게 됐다. 언론의 취재로 그가 시리아 유명 구단 축구감독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페인 국립축구코치교육센터가 그를 스페인으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오사마 압둘 모센은 스페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으로의 여정은 고단했다. 나와 아들은 죽을 뻔했다"며 "여기자가 발을 걸었을 때 아들은 공포에 질려 2시간 내내 울었고 그걸 보고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들 셋을 먼저 터키로 떠나보내고 자신은 고향에서 버티다 버티다 고향이 이슬람국가(IS)의 수중에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그도 터키로 향했다. 아이들 교육은 커녕 높은 물가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먹고 살기가 막막해진 그는 우선 7살 막내아들만 데리고 독일로 가기로 했다. 세번의 시도 끝에 그리스에 입국하고 그 다음 마케도니아를 거쳐 헝가리 접경지역인 세르비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헝가리 국경을 넘으려다 그 일을 당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터키에 남은 가족을 데려와 살 아파트를 제공받았고 스패니시를 익히는 대로 일자리를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그것 역시 불과 1주일 만에 벌어진 인생 반전이었다.

이런 반전이 소셜미디어의 힘만은 아닐 거다. 몰라서 그렇지 알게 되면, 세상엔 아직도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많이 남아있다.